정부,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침 최종 확정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소 캐니스터/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방폐물)의 처분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고준위방폐물 처분 시설 부지를 이르면 2028년 선정한 뒤 2053년부터 가동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 최종보관하는 영구처분시설은 분산 배치하지 않고 한 곳에 건설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정련) 원천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타당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확정했다.


항 총리는 "원자력 발전의 규모가 확대되고 운영 실적이 쌓여가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할 시점"이라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고준위방폐물 관리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위방폐물 처리방침에 대해 국가차원의 계획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행정예고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바탕으로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등에서 나온 내용을 일부 수렴해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고준위방폐물의 관리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처분시설 건설 등 관리비용 부담주체(한국수력원자력)를 결정했다.

처분시설 부지는 관리시설전략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선정하기로 했다. 위원회에서 그동안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적합지역을 우선 배제한 뒤 적합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신청한 지역을 대상으로 적합성 평가를 진행하고 주민의사 확인, 심층조사를 거쳐 부지를 정하게 된다.

부지 선정 기간은 부적합지역 배제부처 주민의사 확인까지가 8년, 심층조사에 4년 총 12년으로 잡았다.

올해 안에 법이 제정되면 2028년쯤 부지를 선정할 수 있다. 처분시설의 경우 최종처분에 앞서 임시로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 최종보관하는 영구처분시설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에 모으기로 했다.

처분기술을 연구하는 지하연구시설(URL)은 당초 행정예고안과 달리 별도부지에 확보하기로 했다.

현재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7년,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영구처분시설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실증연구(14년)를 진행한 후 처분시설로 확장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부지 확보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 가동에 들어간다.

현재 원전 내에 보관·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외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는 불가피하게 원전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관리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 의 입법과정에서 지역설명회 등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기본계획을 향후 현실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확보와 함께 고준위방폐물 처분량 감축, 처분면적 축소, 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인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도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파이로)→TRU(초우라늄원소)연료 제조→고속로 처리→고준위폐기물 처분에 이르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2020년까지 한미 공동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의 타당성 입증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파이로기술의 핵비확산성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내적으로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법·제도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