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가방만 들고 오세요” 中 옌타이시의 파격

옌타이시 소속 부자 자치구인 지부구가 한국 예비 창업자와 유망 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창조경제혁신센터의 중국지원센터를 가동하기로 하는 등 한국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옌타이시 노른자위에서 운영 예정인 중국지원센터 전경)

#조선소에서 많이 쓰는 전동 그라인더(연마재) 제조업체 이엔큐 원터치(이하 이엔큐)는 한국보다 중국을 더 큰 시장으로 생각한다. 이엔큐가 개발한 그라인더 원터치 교체 기술은 중국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라인더 사용자들은 그라인더 교체 때마다 큰 불편을 느끼는데 이엔큐 제품은 단 2~3초면 교체가 끝난다. 전문가들은 이엔큐의 이 기술을 자동차 수동기어 시대를 마감하고, 자동기어가 대세가 된 것과 맞먹는 것으로 본다. 이러니 이엔큐 입장에선 전 세계 그라인더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을 놓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기업 이엔큐에게 중국 진출은 만만치 않은 산이었다. 현지 실정을 잘 몰라 중국의 어떤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할지, 지사나 공장은 어디에 어떻게 세워야 할 지 막막했다.

그러나 이엔큐의 이런 고민은 중국 옌타이시 지부구 관계자들을 만나며 하나 둘씩 풀렸다. 옌타이시 지부구는 옌타이시 한복판에 내달 말부터 ‘한국창조경제혁신센터 중국지원센터’(이하 중국지원센터)를 가동할 방침으로 이엔큐의 중국 진출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다. 이엔큐는 현재 옌타이시 지부구와 지사 설립을 위한 막바지 조율을 벌이고 있는데 연내 옌타이에 지사를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2018년 한국 매출의 3배에 달하는 900억원의 중국 매출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지난 22일 중국 동부 해안도시인 옌타이시 지부구 진롱다제. 중국은행과 교통은행, 건설은행 등 유수의 은행들이 밀집한 이곳은 옌타이시에서도 오피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경제 동맥’으로 통한다. 바로 이곳 6차선 도로와 인접한 건물 3개동에선 36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중국지원센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中 옌타이시, 한국기업 유치 위해 '창조경제 중국지원센터' 가동


총 3개동 중 한국 예비 창업자들의 전초기지가 될 별관 1층 창업카페에는 50개가 넘는 테이블이 벌써 한국 창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별관 3층은 아예 700㎡ 전체를 20여개의 벌집 모양 인큐베이팅 사무실로 꾸몄다. 창업카페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무르익으면 바로 이곳으로 올라와 실전에 나서면 된다. 별관 북쪽의 종합동 4층에도 1000㎡ 규모의 사무실이 한국 창업자만을 위해 개방된다.

창업 단계를 벗어난 한국 유망 기업들을 위한 공간도 눈에 띈다. 연면적 1만9300㎡(21층)에 달하는 본관을 한국 기업에 열어놓은 것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한국 기업은 특별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법률과 세무, 외환, 세관, 산학 협력에 이르기까지 현지 전문가에게 원스톱 지원을 받는다. 한국 창업자들도 똑같은 혜택이 가능하다.

이미 이곳 4층에 입주 예정인 한국의 이모티콘 제작업체 미콘은 2년간 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끝냈다. 한국 화장품과 미용용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중국계 벤처기업 습니다창고도 임대료 면제 조건으로 이곳에 둥지를 튼다. 습니다창고는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만든 기업으로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200억원이 넘는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엔큐도 이곳에 옌타이지사를 가동할 예정이다.

◇中 대중창업과 韓 창조경제 '한 맥락', 韓 기업에 다양한 혜택도

한국 예비 창업자나 기업들에게 이처럼 거부하기 힘든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옌타이시에서도 부자 자치구로 통하는 지부구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올수록 옌타이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믿고 있다. 옌타이시는 인천과 뱃길로 448km에 불과해 한국 기업에게 줄곧 우호적인 정책들을 펴왔다. 진롱다제의 중국지원센터도 옌타이시 지부구가 전액 투자해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중창업 만중창신’으로 불리는 창업 육성 정책까지 가세해 한국 기업에게 더 없이 좋은 조건을 낳고 있다. 옌타이시 지부구는 한국의 18개 창조경제개혁센터를 통해 옌타이에 진출할 한국 기업들을 추천받을 계획이다.

옌타이시 지부구 초상국 팡자오펑 국장은 “리커창 총리가 강조하는 대중창업 만중창신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한다”며 “양국의 젊고 유망한 기업들을 옌타이시에 유치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옌타이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이 가방만 들고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