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빌리면 원리금 부담, 3년새 500만원 줄었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1억원을 10년만기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빌리는 경우 총 원리금 부담액은 3년전보다 500만원 이상 줄어들었다.

2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취급된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는 모두 연 2%대로 낮아졌다.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단순 평균하면 연 2.79%로 역대 최저다.


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이 연 2.66%로 주요 은행 중 가장 낮고 △IBK기업은행 2.73% △신한은행 2.81% △우리은행 2.81% △KB국민은행 2.82% △NH농협은행 2.92% 순이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10월보다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를 경신한 것은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낮추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금융채 금리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 비용지수)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채(무보증,신용등급 AAA) 금리는 지난 5월 1.5%대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달 9일 이후 1.4%대로 낮아졌고 6월말에는 1.3%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에 적용된 코픽스도 잔액기준 1.73%, 신규취급액기준 1.44%로 역대 최저다. 이에따라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대출 기준금리가 전달 대비 0.17%포인트 하락했고 신한은행은 0.14%포인트 떨어졌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달보다 가장 큰 폭인 0.26%포인트 낮아진 KEB하나은행의 기준금리는 0.17%포인트 하락했고 신한은행 기준금리도 0.14%포인트 떨어졌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전산통합을 마치고 진정한 '원뱅크'로 거듭난 기념으로 대출 가산금리까지 낮추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달새 0.26%포인트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까지는 평균 1.22%의 가산금리를 대출 기준금리에 더했으나 지난달에는 1.13%만 덧붙였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향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달들어 금융채 금리는 1.35% 내외로 지난 6월보다도 0.05%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단기 코픽스 역시 이달들어 1.24%로 지난 6월보다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 지난달 1억원을 2.79%의 금리로 10년만기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빌리면 총 1억1471만원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3년전에는 같은 1억원을 같은 방식으로 빌리면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3.76%여서 1억2013만원을 갚아야 했다. 3년새 500만원 이상 이자 부담이 준 셈이다.

이자 부담이 줄면서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67조5000억원으로 3년전 510조2000억원보다 31%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60조8000억원에서 500조9000억원으로 39% 늘었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를 적용할 경우 대출이 이렇게 늘었는데도 현재 연간 이자액은 14조원으로 3년전 13조6000억원보다 3% 느는데 그쳤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이자 부담이 낮아져 지금은 돈을 빌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현재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는 가계라도 실직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금리 인상 시기가 도래하면 많은 대출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나서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잔액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