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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타고 온 그들 때문에 엄마는 셋째를 낳을 수 없다

[이승형의 세상만사]

이승형의 세상만사 머니투데이 이승형 건설부동산부장 |입력 : 2016.07.26 04:05|조회 : 1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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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타고 온 그들 때문에 엄마는 셋째를 낳을 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리고 어머니, 셋째를 꼭 낳아주세요. 저는 전혀 배고프지 않습니다. 저는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울다 지쳐 잠든 동생을 업은 채 아홉 살의 장남은 그렇게 외쳤다. 수년 간의 기근을 견디다 못해 먹는 입 하나 줄일 요량으로 뱃속의 아기와 연못에 뛰어들었다 겨우 살아난 어미였다. 세찬 북풍이 부는 연못가에서 아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영화 ‘철도원’의 원작자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인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의 역작 ‘칼에 지다’는 1860년대 한 시골의 말단 사무라이와 그 가족의 기구한 일생을 그리고 있다. 말이야 번지르르한 사무라이지, 한 달에 쌀 두 말 정도 월급으로 받는, 지금으로 치자면 ‘비정규직 알바’정도쯤 됐을까. 흉년이라도 들라치면 네 식구가 입에 풀칠도 못하기 일쑤였다.

아내가 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다음날, 이 사무라이는 자신이 모셨던 주인과 고향을 등지고 큰 도시로 떠난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윗사람들이 떠드는 대의 따위는 없었다. 제 식구를 먹여 살리고, 나아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유일한 일생의 대의이자 명분이었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올곧은 사내였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당시 신분제에 얽혀 능력과 인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저 벼슬아치들의 ‘사석(捨石)’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먹는’ 시절의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생각해보면 별반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사람들 사이에‘수저 계급론’은 대유행이고, 공직자 입에서‘99% 개돼지’라는 X소리마저 튀어 나왔다. 전관예우나 ‘정피아’, ‘관피아’라는 말도 지겨울 정도로 낯이 익다.

최근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 설이 돌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 누구를 밀고 있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 뜻을 받들어 장고에 들어갔네 어쩌네 하는 내용이다.

실상 우리나라에서 낙하산의 역사는 길고 깊다. 조선시대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수군 요직에 번갈아 앉은 원균이다. 1591년 전라좌수사에 임명됐다가 성과가 없어 탄핵됐던 원균은 단 1년만에 경상우수사에 임명됐다. 개인 역량이 아닌, 간신 정치의 힘이었다. 나라를 망하게 하려면 뭔들 뭣하랴.

낙하산 인사의 도도한 흐름은 군부독재 시절 꽃을 피우더니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낙하산에도 일정한 공식이 있는데 어떤 자리는 정권 창출 기여자, 의원 선거 낙선자, 공천 낙마자 등이 가는 자리, 즉 ‘정피아’의 몫이다. 또 어떤 자리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가 있는 ‘관피아’의 차지로 아예 정해져 있기도 하다. 정치권에 줄을 댄 자거나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 말하자면 ‘빽’좋은 자들이 가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지난 4월 전 경찰청장과 전 국회의원은 한국전력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논란이 됐다. 이어 5월엔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 금융 공기업에 사뿐히 내려가 앉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에 낙하산으로 가 있던 전 산업은행 회장이란 사람은 6개월 만에 중도하차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낙하산 부대들이 지난 16년간 방만 경영을 하면서 부실 덩어리가 돼 버렸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별다른 역할도 없이 억대 연봉과 차량을 지원받은 자문역 및 고문이 60명에 달한단다. 이루 열거하기도 힘든 낙하산들이 위 아래 할 것 없이 각계 각층에서 펼쳐진다. 이러니 낙하산 금지법을 만들자는 여론마저 나오고 있다.

낙하산의 폐해 또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데, 정작 능력 있는 인재에게 돌아갈 기회가 박탈된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생각해보라. 밤늦도록 일하는 우리 시대 가장들이 그 낙하산들로 인해 여전히 비정규직을 맴돌고 있고, 승진을 물먹으며, 몸 담던 직장이 망해 더 이상 월급봉투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마당에 우리 어머니들이 셋째를, 아니 둘째, 첫째를 낳을 수 있겠는가.

이승형
이승형 sean1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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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정구  | 2016.07.26 08:53

"낙하산 인사의 도도한 흐름이 군부독재 시절 꽃을 피워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 낙하산인사에 '군부'나 '독재'는 뭔 연관이 있다고 걸핏하면 군부나 독재를 끌어다 붙이는지....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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