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언론 '중국판 사드' 일제히 공개…노림수 뭘까?

25일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일제히 중국판 미사일 방어체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중국 CCTV도 최초로 2010년과 2013년에 진행한 중국판 미사일 방어체계 실험 동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CCTV가 ‘중국판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THHAD)의 발사 실험 동영상을 최초 공개하는가 하면 인민일보와 중국청년보 같은 관영 언론이 일제히 중국판 사드 개발의 전문가로 인민해방군 소속 천더밍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이는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중국의 대 사드 공세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라오스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사드가 쌍방의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달했다.

25일 중국 인민일보는 1면 톱기사로 중국판 미사일 방어체계(탄도탄미사일) 개발의 최고 전문가인 천더밍 연구원을 집중 소개했다. 형식적으로는 천더밍이 중국판 탄도탄미사일 개발에 세운 공로를 다루는 방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중국도 사드 못지 않은 탄도탄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중국청년보와 앙광망 같은 관영언론도 천더밍과 탄도탄미사일을 일제히 비중 있게 다뤘다. 이에 앞서 CCTV는 전날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인민해방군의 탄도탄 미사일 발사 실험 동영상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최고 전문가 천더밍, "미사일 방어체계 있고 없고는 크게 다르다"



이들 언론에서 천더밍은 “2013년 1월 27일 중국 본토에서 두 번째 미사일방어(탄도탄미사일) 발사 실험이 진행됐다”며 “이 실험은 예상했던 목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천더밍은 “당시 실험은 방어 목적으로 어떤 국가도 겨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민일보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천더밍은 “미사일 방어체계는 (국가)방어 전략의 중요한 방패”라며 “미사일 방어체계가 있고, 없고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없다면 중국 본토는 완전히 적 미사일의 위협에 노출되지만 미사일 방어 기술이 있다면 국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더밍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대북 미사일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밝힌 것이나 ‘사드는 한반도 방어 목적’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전역이 적의 미사일에 노출되지 않게 방어하려는 목적과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려는 목적은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中, 패트리어트 위력 보고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 나서


인민일보는 중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어떻게 개발됐는지도 상세히 다뤘다. 1964년 2월 마오쩌둥 주석이 중국 핵 개발의 3대 대부 중 1명으로 꼽히는 첸쑤에린을 접견할 당시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이후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성능을 지켜보며 미사일 방어체계 위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이후 미사일 방어체계 연구에 돌입했고, 2000년대 초반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선다. 천더밍이 미사일 방어체계 전문가들을 이끌고 본격적인 연구에 나서면서부터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중국의 이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배경은 남북이 대치해 있는 한반도 정세와 비교할 때 도입의 시급성 측면에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은 오랜 연구 끝에 2010년 1월 11일 처음으로 미사일 방어시스템 발사 시험을 진행했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이후 2013년 1월 27일 두 번째 미사일 방어시스템 발사 실험도 이뤄졌다. 중국은 최근에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목표 궤도 측정을 한층 정밀하게 하는 등 기술력 증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앙광망은 천더밍을 인용해 “창이 날카로울수록 방어는 견고해야 하고, 방어가 견고할수록 창은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미사일 방어체계는 창과 방패가 모두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사드 목적, 과연 다른가

이처럼 중국 관영 언론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크게 다루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못지 않게 중국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고 있다는 ‘인민 안심용’이라는 분석이 들린다.

이와 함께 중국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있고, 이를 얼마든지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포석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관련국의 소모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어 이를 경고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내부 우려들을 먼저 불식시킨 뒤 앞으로 수위를 높여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중 외교부장, 사드 배치에 이견 다시 확인


이런 가운데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 사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왕이 부장은 “최근 한국 측 행위는 쌍방의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며 제3국을 겨냥하진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중국 외교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일본은 남중국해 당사국이 아니므로 중국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당사국도 아닌 일본이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되고,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필리핀 등 당사국이 국제법과 상호 협상에 따라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