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옥상 텃밭에서 키운 수박맛이…"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가운데 왼쪽)이 대신중고등학교 옥상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와 토마토를 양손에 들고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아삭~" 가지 한 입을 베어 물자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낮 최고 온도가 34도까지 오르며 폭염 경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서울 종로구 행촌동 대신중·고등학교 옥상 텃밭은 수확의 기쁨이 한창이다.


박 시장은 이날 도시재생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종로구 성곽마을 행촌동을 찾았다. 성곽마을 행촌권 도시재생사업은 도시농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 4월부터는 대신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옥상 텃밭을 가꿨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행촌동 대신중고등학교 옥상 텃밭에서 직접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농가의 여느 텃밭 못지 않다. 수박, 가지, 참외, 토마토 등 각종 야채와 과일이 먹음직스럽게 열렸다. 수박덩이 뒤로 높게 솟은 건물들이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옥상 텃밭에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재배를 한다. 학생들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하루에 한 번 이상 물을 주고 키운다.

대신고 조상철군(18)은 "비가 오는 날은 물을 안 줘도 된다"며 제법 농사꾼 티를 낸다. 힘들고 귀찮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청소는 싫은데 농작물을 키우는 건 재미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직접 농작물을 기르는 데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수박과 참외 등을 키우고 있는 대신중 김영우군(16)은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까 너무 재미있다"며 "농약도 안 치고 비료도 잘 안 주다 보니 맛이 심심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올 4월 옥상 텃밭을 시작했지만 벌써 서너 차례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종로구 행촌동 대신고등학교 학생들과 옥상 텃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같은 학년의 우지민 학생(16)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삼시세끼"라며 "시골에 내려가지 않아도 그에 못지 않은 경험을 학교에서 할 수 있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현재 대신중 교사는 "너무 더울 때는 옥상에서 직접 키운 수박과 참외로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며 "옥상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이 먹거리의 소중함도 알고 협동심도 길러지는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의외의 성과도 있다. 흔히 말하는 중2병을 겪고 있는 주하민 학생(16)은 "농사가 쉽지 않아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박 시장은 이날 옥상에서 직접 수확한 수박을 학생들과 나눠 먹으면서 도시 농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성곽마을 행촌권은 도심에 있지만 유휴지가 많고 구릉지로 채광과 공기가 좋은 옥상경작 뿐 아니라 육모장·양봉장 운영 등을 통해 도시농업 특화마을로 키운다는 게 시와 주민들의 구상이다.

박 시장은 "행촌동은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주거재생 모델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며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과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니 1석 2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