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머니①

/ 자료=글로벌모니터

요즘 경제뉴스를 보면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돈을 뿌리는 식의 경기 부양책을 의미하죠. 성장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일본이 극약처방으로 그런 자극적인 정책을 쓸 지도 모른다는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거듭해서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결국에는 그 길로 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이웃 나라이자, 우리와 많은 산업분야에서 경쟁하는 일본이 돈을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 붓는다면 우리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헬리콥터 머니'라는 정책이란 게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좀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첫 편에서는 이 말의 근원부터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하죠.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故) 밀튼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였습니다. 프리드먼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초 발간한 저서 에서 이렇게 예를 들며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의 가상의 정태사회 위를 날던 헬리콥터가 하늘에서 일인당 2000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뿌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회의 일인당 연평균 소득은 2만달러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허겁지겁 돈을 줍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가정해 보자.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아주 특별한 사례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 구성원들은 '헬리콥터 머니' 이전에 연 소득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일인당 2000달러의 화폐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화폐를 보유한다는 것은, 번 돈을 다 소비하지 않고 일정부분 남겨둔다는 의미입니다. 저축과 비슷한 개념이죠. 그런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제 ‘헬리콥터 머니’로 인해 두 배의 화폐를 갖게 되었습니다.

'화폐를 보유한다'는 것은 소비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게 있기 때문에 하는 선택입니다. 사람들이 2500달러도 아니고, 1500달러도 아닌 2000달러의 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일종의 균형 상태입니다. 그보다 많은 화폐를 보유하면 소비효용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것이고, 그보다 적은 화폐를 보유하면 저축의 효용을 과도하게 희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2000달러가 가장 적당한 화폐보유량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헬리콥터 머니로 인해 일인당 평균 4000달러의 현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프리드먼 교수는 '사람마다 시차가 다르겠지만 사회 평균적으로는 새로 생긴 화폐를 다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면 경제에 분명히 새로운 자극이 발생합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죠. 수요곡선은 일반적으로 우하향합니다. 가격이 싸면 더 쓰고 비싸면 덜 씁니다. 그런데 잉여화폐가 새로 생긴 뒤에는 행태가 달라집니다. 똑 같은 물가수준에서도 소비량이 늘어납니다. 경제의 총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이에 따라 경제의 단기 균형점은 1에서 2로 이동합니다. 산출량(GDP)이 증가하고 물가수준도 높아집니다. 헬리콥터 머니의 단기 효과입니다. 그러나 프리드먼 교수는 이것으로 '변화'가 끝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