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추락 멀었다

'포켓몬 고'(GO) 열풍에 승승장구하던 일본 닌텐도의 주가가 25일 26년 만에 최대폭 하락했지만 '최악'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26일 이 회사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이 106배로 일본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의 PER보다 6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전날 도쿄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는 2만3220엔으로 전장대비 18%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26년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닌텐도가 지난 주말 포켓몬 고 열풍이 올 회계연도 순이익에 크게 반영될 것 같지 않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증강현실(AR)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는 구글(알파벳)에서 분사한 나이앤틱이 개발했다. 닌텐도를 비롯한 3개 회사가 합작해 만든 포켓몬컴퍼니도 참여했다. 닌텐도가 가진 이 회사 지분은 32%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포켓몬 고가 닌텐도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왔다.

닌텐도 시가총액 추이(단위: 조엔)/그래프=블룸버그

그럼에도 닌텐도 주가는 이 게임을 처음 출시한 지난 6일 1만4380엔에서 19일 3만1770엔 고점까지 2.2배나 올랐다.


문제는 닌텐도가 시인한 대로 포켓몬 고가 당장 이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호재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닌텐도가 PER에 반영된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려면 올해 순익이 2000억엔(약 2조1618억원)에 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닌텐도가 예상한 올해 순익은 350억엔밖에 안 된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적은 300억엔을 예상한다. 블룸버그는 닌텐도가 현재 수준의 시가총액에 걸맞은 순익을 낸 게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닌텐도는 콘솔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DS'의 인기 덕분에 2790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아미르 안바르자데 BGC파트너 일본 주식 매매 부문 책임자는 "닌텐도가 다시 그런 히트를 칠 수 있을지 꿈꿔 보라"고 비아냥댔다.

닌텐도는 27일에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는데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포켓몬 고 영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데다 엔화 강세(엔고)가 두드러져 89억엔의 적자를 볼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닌텐도가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언급할 포켓몬 고와 관련한 향후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닌텐도는 이미 지난 주말 찬물을 끼얹었다. 닌텐도는 지난 22일 일본에서 포켓몬 고를 출시한 지 몇 시간 만에 포켓몬 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향후 실적 전망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에다 에이지 SMBC닛코 증권 애널리스트는 "닌텐도에 중요한 건 스스로 (포켓몬) 같은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분기 실적이 좋든 나쁘든 중요하지 않다"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2분기 실적에 포켓몬 고가 미칠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포켓몬 고가 닌텐도의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수익 분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 개발사는 유료 아이템으로 수익을 챙긴다. 이 가운데 30%는 애플과 구글(알파벳)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 게임을 이용하는 이들이 아이템을 사는 데 쓰는 '포케코인'을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나이앤틱과 포켓몬컴퍼니의 투자자에 불과하다. 구글도 나이앤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데이비드 깁슨 맥쿼리 증권 도쿄 주재 애널리스트는 닌텐도가 포켓몬 고 매출의 13%를 가져가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그는 포켓몬 고 매출이 연간 3960억엔이라면 닌텐도가 약 470억엔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카미 히로토시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 증권 애널리스트는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히트작을 내야 2020년까지 2000억엔의 순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