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日 '디즈니폰' 후속작 출시… 'B2B'로 보릿고개 넘기

LG전자 (91,200원 ▼1,400 -1.51%)가 이달 초 일본에서 '디즈니폰'을 선보이는 등 해외 B2B(기업간 거래)로 MC사업본부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상반기 전략폰 G5의 부진을 B2B를 통해 어느 정도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8일 일본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NTT 도코모 전용 스마트폰 '디즈니 모바일 온 도코모(Disney mobile on docomo·DM-02H, 일명 디즈니폰)'를 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즈니폰은 LG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내놓은 기획 단말기다. NTT 도코모와 '월트 디즈니 재팬'이 기획하고, 디즈니 마켓에서 제공하는 영화와 게임 등 3만개 이상의 디즈니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아이폰과 토종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의 강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재팬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절반 가량(49.7%)을 차지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샤프 11.0% △교세라 9.6% △후지쯔 8.7% △소니 7.6% 등 현지 제조사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LG전자가 3분기 연속 휴대폰 사업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2년 연속 B2B로 디즈니폰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업계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꼽는다.


일본은 국내와 달리 단말기에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한다. 디즈니폰은 LG전자가 만들었지만, 'LG전자 디즈니폰'이 아닌 '도코모 디즈니폰'으로 팔리는 것. 실제 디즈니폰 전후면에는 LG전자 로고가 없는 데다 NTT 도코모 온라인 매장에도 제조사명은 나와 있지 않다.

일본 단말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LG전자의 경우 6000만명이 넘는 고객을 가진 NTT 도코모를 등에 업고 디즈니폰 판매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전자가 2년 연속 디즈니폰 출시를 결정한 배경도 이 같은 효과와 함께 NTT 도코모와의 관계 유지 등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4일 도쿄에서 NTT 도코모 관계자와 만나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한국과 다른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특수성을 살려 해외 B2B를 통해 판로를 개척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일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LG전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판매량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 MC본부는 3분기 연속 휴대폰 사업 적자가 지속되면서 인력 재배치를 통한 강도높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MC본부의 인력을 LG전자 내 다른 사업본부나 그룹의 새로운 사업분야에 배치해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