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 '5년 왕좌' 탈환한 '리피토', 비결은?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가 5년간 이어진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국내 전문의약품 판매 1위 왕좌를 탈환한다. 리피토는 이미 특허 만료 8년이 지난 약품이지만, 제네릭(복제약)과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올해 연간기준 처방액이 가장 많은 약품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제약업계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리피토의 원외처방액은 전년 동기대비 14.35% 증가한 765억원을 기록했다. 전문의약품 가운데 가장 많은 처방액이다. 반면, 지난 5년간 처방액 1위 약품이던 바라크루드의 원외처방액은 같은 기간 41.84% 급감한 526억원을 기록하며 처방액 기준 3위로 주저앉았다.


한국 BMS가 판매하는 바라크루드의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10월 만료된 특허로 약가인하와 함께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10월 특허 만료와 함께 바라크루드는 1개월 치료시 환자 부담금이 5만1795원에서 3만6261원으로 약 30% 인하됐다. 건강보험 제도 상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후 첫 번째 제네릭이 등재되면 오리지널의 보험급여 적용 상한금액이 기존의 70%로 설정하게 돼 있어서다. 아울러 판매 효과가 막대한 '오리지널'이었던 만큼 특허 만료 이후 70여개 제네릭이 발매되며 약가가 떨어진 바라크루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바라크루드 추락 원인을 감안하면 리피토의 선전은 한층 놀랍다. 한국화이자의 리피토는 15년 전부터 국내시장에 판매됐으며 특허가 만료된 것은 2008년이다. 때문에, 리피토 역시 수년 전부터 약가인하와 제네릭의 도전을 겪었다. 리피토의 보험 약가는 917원에서 662원으로 38.5% 떨어졌으며 관련 제네릭은 무려 102개가 출시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과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격이 형성된 것이 리피토 선전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80여개 리피토 제네릭의 가격은 현재 660~663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전체 제네릭의 약 78% 가격이 리피토와 비슷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오리지널의 효능이 제네릭보다 낫다는 믿음이 있다"며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가격차가 나지 않는데 굳이 제네릭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화이자의 지속적 투자도 리피토 선전에 한 몫 했다는 평이다. 한국화이자는 리피토 특허만료 후에도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대규모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임상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꾸준한 연구로 리피토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며 "제네릭 출시로 오히려 확대된 시장은 차별화된 리피토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