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침체 끊는다… 정부, 수출반등 '총력전'(종합)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서울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정양호 조달청장, 박성욱 반도체산업협회장, 김경수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을 비롯한 업종별 단체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박재홍 한화 사장, 김성영 이마트 부사장, 유인수 구츠 대표, 김재홍 KOTRA 사장,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종합상사, 유통업체, 조달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수출증가세 전환’을 위해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 를 주재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하반기 신흥시장 무역금융지원 규모를 전년대비 3배 이상 늘린다. 6조4000억달러(약 73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조달시장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무역상사 제도도 전면 개편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유도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서울 중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8월은 수출증가세 전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미약하지만 긍정적 신호가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회의는 역대 최장기간인 18개월 연속 '역성장' 하고 있는 수출을 8월을 기점으로 반등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개최됐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9.1% 줄며 감소폭이 확대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난달 수출감소폭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전년동월대비 -2.7%)을 기록하는 등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정부가 반등을 기대하며 총력전을 펴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우선 수출기업을 총력지원하기 위해 올 하반기 고위험 신흥국(OECD 국가신용분류 5~7등급)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규모를 14조3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는 신규 시장개척을 위해 도전하는 수출기업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국가가 분담해주면서 향후 경기가 좋아졌을 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흥시장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도 수출수요가 있지만 높은 사고율 등으로 인해 금융지원에 제한을 받았다. 이 때문에 우량발주처의 메가프로젝트, 저개발국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가 부진했다.

신흥국 기존 수입자에 대해서는 총 지원한도를 50% 일괄적으로 확대하고 신규거래선에 대해서는 책정가능 한도의 2배까지 특별 우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제도도 연말까지 연장 시행하고 1만5000개 초보기업에 대해서는 무역금융을 무료로 지원할 방침이다.

10억달러 이상의 메가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산 기재자 사용조건부 대출’을 사전에 수입자에게 제공하는 ‘공급사슬보증’(Supply Chain Guarantee) 금융모델도 도입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사우디전력공사(SEC) 등과 오는 10월쯤 이 모델을 반영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무보와 국제개발은행(MDB)이 협조융자를 통해 저개발국의 시장진출기회도 확대한다. 남아공석탄화력발전(10억달러 규모), 몽골열병합발전(16억달러 규모) 프로젝트 진출도 지원한다.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전 세계 조달시장은 6조4000억달러 규모인데 반해 국내 조달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의 신규판로 확대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정부조달협정이 개정·발효돼 추가적으로 1000억달러의 시장이 열렸다는 점도 국내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요인이다. 입찰 시 자국내 조달실적 요구 금지 등 절차상 진입장벽도 완화됐다.
정부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산업부·중소기업청·조달청 등으로 분산된 해외조달시장 지원서비스를 통합하고 ‘조달전문기업’ 지원대상을 600개 기업에서 10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18개 해외조달지원센터의 전문인력도 보강한다.

해외조달 납품계약 체결시 중소기업의 대출한도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고 납품계약액의 최대 90%까지 융자해줄 방침이다. 신시장·유망품목 발굴에서 통관·배송까지 수출 전과정을 종합 지원하는 민간수출전문회사(GMD)를 선발해 유망 중소기업의 해외조달시장 개척도 돕는다.

전문무역상사제도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전문무역상사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역상사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 제품을 대신 판매하는 식이다. 2014년 이 제도가 도입됐으나 업계의 활용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우선 업계의 건의에 따라 대기업이 운영중인 이마트·롯데마트 등 유통회사와 종합상사가 전문무역상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터키, 필리핀 등에 소비재 유통망을 구축한 CJ오쇼핑을 무역상사 제도 내 ‘새로운 무역상사’로 규정, 수출 독려와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종합상사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대항하는 경우 부보율을 중소·중견기업 수준(97.5~100%)으로 상향하는 등 금융 세제지원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무역상사가 중소기업과 해외 동반진출시 수은의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방안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주 장관은 “사막에서 난로를 팔고 아프리카에서 스키를 팔았던 무역상사의 열정과 경험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끌어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에 진출한 국내유통업체를 활용한 수출, 나아가 다국적 기업의 유통채널을 직접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