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국인, 강세장에 베팅하다

코스피가 다시 연중 최고가를 돌파했다. 선물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1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강세장에 베팅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02포인트(0.75%) 오른 2027.34의 연중 최고치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1889억원 순매수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만8000원(1.86%) 오른 153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이날 지수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사상 두번째로 많은 1만6543계약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물 시장을 예측하는 유의미한 지표인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상승에 베팅하는 신호를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더불어 지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프로그램 비차익 '폭풍 매수'=외국인은 특히 비차익거래를 통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월7일 이후 연속 비차익 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2조6600억원을 순매수해 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기 위한 기계적인 매매로 이 가운데 비차익거래는 통상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 펀드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바스켓으로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비차익거래에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 성격의 매매가 포함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비차익 순매수는 차익거래가 아닌 순수 비차익거래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비차익 순매수는 추세적이란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태평양 인덱스 펀드가 한국물 비중을 기계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매수로 글로벌 증시에 돌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이 상대적 매력이 증가한 신흥시장에 대한 베팅 성격의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매크로 상황에 돌변이 나타나지 않는 한 매수 우위의 비차익거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물, 사상 두 번째로 큰 누적 순매수=주식시장에서 비차익 순매수와 더불어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지수선물 순매수가 사상 두번째 수준까지 누적됐다.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200 지수선물을 1만6543계약까지 누적했는데 이는 2010년 3월16일 2만5823계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가 급증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 강세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급등을 추종하기 위해 삼성전자 대신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지만 코스피200에서는 23%에 달해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면 삼성전자 매입 대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창규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가 지수 대비 수익률을 상회하던 구간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뒤따르곤 했다"며 "삼성전자 추종을 위해, 그리고 신흥시장에 대한 베팅의 일환으로 선물을 매수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7월 들어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도 단연 삼성전자(6363억원)였다. 반면 기관 투자자 가운데 투신은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인버스를 260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