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채권 디폴트' 긴장 고조…8~10월이 최대 분수령

중국 기업들의 채권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10개 기업이 169억 위안 어치의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채권 만기가 몰려 있어 디폴트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모 채권(채권 발행 기업이 불특정 다수에게 채권을 매각하는 것) 방식으로 발행한 채권 중 10개 기업, 18종 채권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금액으로는 169억위안(2조8674억원) 어치로 이미 지난해 연간 디폴트 규모의 2배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전체 공모 채권 중 디폴트 비율은 0.24%다.

◇경영난 심각한 공급과잉 업종이 '채권 디폴트' 1순위

이 같은 채무 불이행은 대부분 석탄이나 시멘트, 철강 등 이른바 공급 과잉 업종 기업들로 드러났다. 산시성의 대표적인 시멘트 업체인 산수시멘트가 지난 2월 46억위안의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이래 랴오닝성의 철강기업 동북특강, 광시성의 비철금속 업체 광시비철금속, 상하이시 전기기기 업체 바오딩티엔웨이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굴뚝산업 업체들이 디폴트에 빠졌다. 이들 기업들은 만성 적자 같은 경영난 때문에 채권 만기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3~5월에 채권 만기가 집중되며 채무 불이행도 이 기간에 크게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공황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됐고, 채권 발행이 잇따라 취소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채권 만기 줄줄이, 디폴트 더 늘어날 듯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만 4조4500억위안(755조원)으로 하반기에도 만만치 않은 채권 만기가 대기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채권 만기 금액이 상반기보다 훨씬 많은데 8월과 10월에 집중돼 있다”며 “이 시점에 디폴트 리스크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경영난 외에 은행들이 디폴트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악재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채권 조기 회수를 원하고 있는데다 신용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하반기에 디폴트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리스크 억제 정책은 기업 유동성에도 상당한 반향을 몰고 올 수 있다.

하반기에도 디폴트 1순위는 여전히 공급 과잉 업종들이 꼽힌다. 동방신용평가 강멍 최고책임자는 “올 하반기 기업 채권 만기는 석탄과 철강 기업에 집중돼 있어 이들 기업의 디폴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실제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금액은 석탄 기업 2083억위안, 철강 기업 1521억위안 수준이다. 이와 함께 비철금속과 조선 관련 기업들도 심각한 경영위기로 디폴트 리스크가 높은 후보군이다.

이중 지방정부 소유 국유기업들의 디폴트는 지방정부 재정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랴오닝성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46% 지분을 보유한 동북특강의 47억위안 디폴트가 대표적 사례다. 랴오닝성은 부채비율이 157%나 돼 동북특강 디폴트 사태 수습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올 상반기 디폴트 169억위안을 포함해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디폴트 채권 규모는 16개 기업(25종 채권)에 걸쳐 4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