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새고 경고등나가고 부식된 새차 교환·환불 가능해진다(상보)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 후 브레이크 고장 등 중대 결함이 아닌 기기판 고장 등 일반 결함에 대해서도 미국처럼 쉽게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주행과 승객 안전 등 중대 결함만 교환·환불 대상이었는데, 앞으로 일반(자동차 전반) 결함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해지도록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에 대해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이란 공정위가 소비자와 사업자간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법령으로, 소비자기본법 안에 들어있다. 분쟁 당사자들의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 된다. 현재 공산품과 문화용품 등 62개 업종(670개 품목)의 수리, 교환, 환불, 위약금 산정 등 분쟁해결 기준이다.

공정위는 우선 자동차의 교환·환불 조건을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손봤다. 브레이크와 핸들, 엔진 고장 등 주행과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결함은 같은 문제가 3회(2회 수리 후 재발)만 발생해도 교환과 환불이 가능토록 했다. 아울러 중대 결함이 아닌 일반 결함(자동차 전반)이 4회(3회 수리 후 재발) 발생하면 교환·환불이 이뤄지도록 새롭게 기준을 만들었다.

일반 결함은 기기판 고장, 누유(기름이 새는 현상), 도장 불량, 부식 현상, 천정누수, 카오디오 세트 불량 등 자동차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와이퍼 고장이나 전구 이상 등 정비소에서 쉽게 고칠 수 있는 소모품 교체와 중대 결함을 제외한 모든 결함이 여기 해당된다.

그동안 중대 결함 부문에서 같은 문제가 4회 이상 발생했을 때만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했다. 일반 결함은 대상도 아니었다. 이러다보니 자동차가 고가의 소비재임에도 교환·환불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교환·환불 기준을 차량 최초 등록일(차령 기산일) 12개월에서, 자동차를 직접 받은(차량 인도일) 후 12개월로 바꿨다. 소비자가 실제 사용가능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 것이다.

이는 미국 등 외국 법규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선 자동차 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중대결함 2~3회 또는 일반 결함 4~5회의 경우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숙박업 분쟁해결 기준도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완화했다. 캠핑장에도 숙박업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펜션 등 일반 숙박업소가 거짓·과장광고 등을 한 경우엔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기준을 다시 정했다.

소비자가 타이어를 샀다가 환불을 요구할때도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기준을 고쳤다. 지금까진 구입가격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돌려받았는데, 앞으론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환급 금액을 산정토록 한 것이다. 소비자가 타이어를 살 때 부가세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타이어 불량 등으로 환급할때 부가세를 제외하는 건 사실상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전자카드, 온라인·모바일 상품권 등 새로운 유형의 상품권에 대한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했다. 상품권을 산 날부터 일주일 이내(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환불을 요청하면 전액 환불토록 했다. 잔액이 발생하는 충전형 상품권은 구체적인 환불 기준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1만원 초과 상품권은 소비자가 100분의 60이상 사용한 경우, 1만원 이하 상품권은 소비자가 100분의 80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환불해주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분쟁이 잦은 TV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의 부품보유 기간도 '해당제품의 생산중단 시점'에서 '해당제품 제조일자'로 기준을 바꿨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부품보유 기간을 명확히 알도록 한 것이다. 생산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잡으면 소비자는 제품구입 시점에 사업자의 부품보유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자는 부품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빨리 단종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품질보증 기간에 관한 기준이 없어 분쟁이 많았던 LED전구와 가발 등에 대해 각각 6개월의 품질보증 기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단 가발의 경우 인모는 6개월이지만, 인공모는 1년으로 정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자동차와 숙박업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소비자 보호 쪽으로 개선했다"며 "앞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교환과 환불 등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