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4억 드는 특별감찰관, 실적 '제로' 유명무실 논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의 감찰을 시작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타워8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업무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현재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의혹,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가족회사'를 이용해 재산을 축소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2016.7.26/뉴스1

권력비리 근절을 위해 도입한 특별감찰관 제도가 2년간 약 48억원, 한 달에 2억원 가량 들이면서 실적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 권력 주변부를 감찰해야 하지만 강제수사권이 없고 제약조건도 많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이전엔 1년4개월간 예산만 썼다는 지적이다.


27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 올해 예산은 24억500만원, 지난해 23억8000만원까지 합해 2년간 48억여원이다. 지난해 3월 이석수 특별감찰관 임명 후 지난달까지 1년4개월간 32억1353만원을 운영예산으로 썼다.

차관급에 준하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급여는 연간 1억3000만원 수준. 그의 지난달 보수액은 1092만원, 백방준 특별감찰관보는 1018만원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도 각각 매달 4034만원, 1466만원으로 연 6억6000만원에 이른다. 특별감찰관실은 정부 건물이 아니라 서울 종로구의 민간 빌딩 2개층에 입주해 있다.


이 같은 실정은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특별감찰관 업무보고에서도 거론됐다. 정성호 더민주 의원은 "1년에 20억 이상 돈 쓰면서 이 조직을 뭐하러 유지하느냐"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특별감찰관보 1명과 감찰담당관 5명 등 직원 6명이 합계 35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고 직원 19명이 초과근무수당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별감찰관이 이처럼 예산낭비란 오명까지 쓰는 데엔 보다 근본적 이유가 있다. 감찰 권한이 약하고 활동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국회가 2014년 2월 법을 통과시킨 후에도 후보 추천에 진통을 겪으며 1년 이상 헛바퀴를 돌았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3월에야 취임했다.


시작부터 위기를 겪은 제도인 데다 감찰 대상과 방법도 제한적이다. 우병우 수석의 경우 특별감찰 대상인 청와대 수석이 되기 전에 있었던 일은 감찰할 수 없다.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그의 처가와 넥슨 간 강남 부동산 거래는 우 수석이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던 2011년의 일이다. 또 압수수색, 체포 등을 집행하지 못한다. 무리한 감찰시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제약조건도 있다. 감찰 착수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결국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3월24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비위 행위가 포착된다면 유야무야 넘어갈 생각은 결코 없다"며 "우려하는 바와 같이 민정수석이 특별감찰관을 압도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업무보고에서는 "(취임 후) 친인척이나 수석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나 물의가 야기된 케이스 하나도 없다"며 "이렇게 조용하게 갈 수 있는 것도 저희 조직의 존재 의미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찰 대상을 장·차관이나 사정기관으로 확대하고, 감찰 권한과 독립성을 키우는 등의 제도개선 없이는 특별감찰관의 역할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병우 수석에 대해선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다음에야 특별감찰에 착수, 신속한 조사나 사전예방이라는 특별감찰관의 존재이유와 거리가 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의 핵심참모를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우 수석은 즉각 사퇴해서 특별감찰을 거칠 것 없이 검찰로 직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