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의 전쟁…진화하는 위스키 위조방지 기술

저가 국산 위스키의 대명사 '캡틴큐'가 최근 시장에서 사라졌다. 1980년 롯데주조가 선보인 국내 최초 럼(Rum)으로 위스키가 귀하고 비싸던 시절 양주 대중화를 이끈 제품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가짜 위스키 제조에 사용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명품만 짝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선 수십 년 전부터 가짜 위스키가 유통되고 있는데 업계와 국세청이 위조방지 기술을 개발해 가짜 위스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위스키 위조방지는 1997년 임페리얼의 '진품라벨 부착'을 시초로 본다. 개봉 전에는 'PREMIUM SCOTCH WHISKY IMPERIAL CLASSIC'이라는 영문 라벨이 있지만 뚜껑을 연 뒤에는 영문이 사라지고 'OPEN'이라는 입체문양이 나타난다.


2001년에는 병마개 안에 들어있는 두 개의 구슬이 가짜 술의 재주입을 막아주는 '구알라 캡(키퍼 캡)'이 등장했다. 하지만 구알라 캡은 주사기를 이용하면 가짜 양주를 주입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단명한 기술이다.

이어 홀로그램 기법이 등장했다. 병뚜껑을 덮는 비닐에 특수 인쇄한 라벨을 넣어 보는 각도에 따라 특정 로고와 문자가 보이도록 한 것이다. 홀로그램 기법이 중국서 복제가 이뤄지자 위조방지 기술은 더욱 첨단화됐다. 2007년 병마개에 새겨진 일련번호 끝 4자리와 병뚜껑 및 납세필증 4자리 번호가 일치해야 정품임을 인정하는 숫자암호시스템이 등장했고, 휴대폰으로 정품확인이 가능한 '모바일 정품 인증 서비스'도 도입됐다.

임페리얼에 부착된 RFID 태그와 3중 위조방지 장치. /사진제공=페르노리카코리아

2007년 롯데주류는 DNA 잉크를 사용해 만든 라벨을 부착해 판별용액을 묻히면 색상이 변하는 DNA 시스템을 스카치블루에 적용했다. 이후 겉 라벨의 제품 로고와 점선을 UV램프에 비추면 푸른색으로 빛나고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인쇄된 상표가 UV램프에 반응, 붉은색 형광잉크로 나타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디아지오는 2008년 정품 인증추 방식을 선보였다. 바 형태의 체커(추)가 윈저 마개와 병을 연결하고 개봉 시 마개를 돌려 열면 연결돼 있던 체커가 분리돼 병 목에 부착된 라벨 밑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체커 위치만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위조방지 시스템이다.

페르노리카는 2008년 병을 열면 마개에 붙어있던 인증 추가 밑으로 떨어지는 방식, 뚜껑을 돌리는 순간 소리로 듣고 진동으로 느끼고 눈으로 정품표시를 확인하는 '3중 위조방지 장치'를 임페리얼에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2009년 임페리얼에 처음 적용됐던 RFID(무선주파수인식기술) 태그 기술은 2013년부터 모든 위스키에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거래 단계마다 모든 유통정보가 국세청 전산망에 기록, 술 제조에서 소비까지 유통과정을 추적하고 가짜 양주 식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