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최고실적에 대주주 산은 골치…멀어지는 지분매각

한국산업은행이 지분 19%를 지닌 한국항공우주 (52,500원 ▼100 -0.19%)(KAI)가 실적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산은이 당초 계획과 달리 KAI 보유지분을 팔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분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마땅한 인수자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고, 산은 입장에서도 당장 지분을 팔아야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늘었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이는 KAI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0% 늘어난 8013억원, 당기순이익도 20.1% 증가한 684억원으로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의 어닝서프라이즈에 이어 하반기는 KAI의 실적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회성 비용을 감안할 때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체력으로 3분기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라며 "신규수주 상황이 홀수년도에 좋았던 만큼 하반기부터 내년에 걸쳐 수주잔고와 실적 증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도 "2분기 신규 수주가 545억원으로 비교적 부진했지만 이달부터는 세네갈 등에 신규 수주계약을 체결했고 하반기 중 추가 공급계약이 예상되고 있다"며 "회사가 올해 초 제시한 수주 가이던스를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실적이 향상되고 주가 상승 모멘텀이 늘어날수록 산은이 해당 지분의 마땅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비금융 자회사 매각 계획안에 KAI를 포함시키고 보유지분 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계획을 밝힌 비금융 자회사들 중에서 실제 매각 가능성이 높은 매물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며 "특히 KAI 지분 같은 경우 8만1000원(27일 종가 기준) 현 주가 수준에서도 이미 1조5000억원 규모로 적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산은은 여러 투자 여건을 검토해 적당한 시기에 해당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 외에는 답을 줄 수 없다"며 당장 가까운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아직 매각을 완전히 철회한 것도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산은의 매각 의지가 낮아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는 상존해도 향후 산은 입장이 주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이상우 연구원은 "오히려 현재처럼 KAI가 더 성장하고 주가가 고점을 되찾아 가는 형국일수록 주가 상승을 붙잡는 오버행은 현대차가 보유한 지분(지분율 4.99%)일 수 있다"며 "산은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처리문제가 더 우선이라 KAI 지분 처분 문제는 뒷전일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산은과 관련된 영향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