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도 못하게 해놓고…빚 있어야 파이팅 생긴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안양옥 이사장이 이번 달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과 관련해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도 생긴다"고 하며 청년세대들이 빚을 내 대학을 다닐 것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 발언을 시중은행장이 했다고 하더라도 청년세대의 극심한 구직난과 그에 따른 부채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판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발언이라면 학생이 아닌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규정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고려할 때 그 문제는 심각하다 할 것이다.

청년세대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등록금을 냈으나 이후 취업이 좌절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개인파산을 통해 면책될 수 있지만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에는 개인파산을 하더라도 국가장학금대출은 면책되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은 재기를 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는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하고 제9호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따른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원리금"을 규정해 면책에서 제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위 규정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는 없었던 규정인데 2010년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제정되면서 타법개정으로 추가됐다. 장기미상환자에 대해서는 국세 체납의 예에 의하는 등 조세에 준해 추징이 강력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채권자의 이익에 편중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의 규정의 태도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학재단이나 교육당국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권하면서 이 대출은 다른 은행 대출과 다르게 안 갚을 경우 국세에 준해 강력하게 추징되고 파산을 하더라도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이 취업마저 좌절되어 장기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에 일반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린 경우와 달리 강력한 채권추심방법을 보장하고 파산면책도 안되게 만들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한국장학재단 설치법 제1조는 "이 법은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하여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설립의 목적은 분명 학자금 대출 채권자의 채권추심보장이 목적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임을 고려할 때 학자금 대출 채권에 대해 국세체납이 예에 의해 추심토록 하는 규정과 학자금 대출은 파산면책도 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은 폐지돼야 할 것이다.

안양옥 학국장학재단 이사장의 "빚이 있어야 파이팅도 생긴다"는 발언은 단순히 청년세대의 불안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기관장의 태도로서 비판받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빚 문제를 해결하고 파이팅하자"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본다.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 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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