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올해 첫 영구채 코코본드 발행 착수

우리은행 (14,800원 ▲250 +1.7%)이 올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착수했다. 올해 자취를 감췄던 은행권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5억달러의 외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빠르면 다음달 중에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이번 발행은 바젤II 체제 하에서 발행했던 1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내년에 만기를 맞아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내년에 기존 신종자본증권 만기가 돌아오기 전까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13.65%)과 기본자본비율(10.54%)이 모두 0.37%포인트씩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BIS 비율이 14%대로 진입하면 신한(지주 13.8%, 은행 15.2%), KB금융(지주 15.1%, 은행 15.9%) 등 다른 금융지주·은행과 격차가 줄어든다. 자산건전성과 함께 우리은행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온 자본적정성 개선이 이뤄진다.

우리은행이 발행하려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코코본드의 하나다. 하지만 다른 코코본드인 조건부 후순위채보다 발행이 많지 않았다. 국내 은행권에선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11월에 1750억원 규모로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게 마지막이었다.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 후순위채와 달리 자본비율이 적정 수준에 미달하면 당기순이익 내에서만 배당 형태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 후순위채에 비해 발행이 어렵다. 아시아에선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 14일에 발행한 10억달러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이 올해 첫 사례였다.


다만 올 하반기 발행 환경은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한 달 여 지난 지금 이 여파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은행의 실적 호조로 한국 은행채에 대한 글로벌 시장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부산은행은 이번달 올 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금리로 달러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은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첫 영구채 형태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이란 점도 눈에 띈다. 바젤위원회는 올 초 신종자본증권을 코코본드로 인정하려면 30년만기가 아닌 영구채로 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개정된 은행법 시행령이 31일부터 적용된다. 앞으로 은행권은 30년만기로 발행하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을 영구채로 발행한다. IBK기업은행 등 상반기 중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했다가 접었던 다른 은행들도 하반기가 되며 발행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 코코본드 발행은 후순위채 위주였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넉넉하고 해외에서 한국물 채권에 대한 호응이 높아 신종자본증권에도 우호적인 발행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