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만원 세입자, 내년부턴 12만원 더 공제받는다

월세 거주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월세로 낸 돈을 연말정산 때 더 많이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집주인의 '눈치'를 무시하고 월세 공제를 받는 세입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28일 기획재정부의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0%인 월세 세액공제율을 내년부터 12%로 인상한다. 현재 월세 세액공제는 가구주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일 때 월세로 낸 돈의 10%를 소득세에서 빼준다.


매달 50만원씩 총 600만원의 월세를 냈다면 연말정산 때 6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내년부터는 공제율이 2%포인트 올라 72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다만 연간 75만원 한도가 있어 월 63만원 이상 월세를 내는 경우엔 혜택이 전혀 없다.

그동안 본인 명의로 계약한 경우에만 월세 세액공제를 적용했지만 배우자가 월세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시원 등 다중생활시설도 포함됐다.

하지만 제도에 허점이 많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월세 세입자의 대부분인 저소득층은 과세미달자로 분류돼 공제받을 수 있는 세금이 없다. 국세청에선 연소득이 3인 가족 기준 2254만원, 4인 가족 2782만원 이하 가구 대부분이 과세미달자에 포함된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집주인이 국세청에 소득공개가 되는 것을 꺼려해 세입자가 월세 공제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제도상으론 집주인 동의 없이 신분증·임대차계약서 사본·월세납입증명 서류 등만 갖추면 신청할 수 있지만 최소 2년 동안은 집주인을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월세 공제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월세계약이 끝난뒤 5년이 지나기 전에 월세 공제 경정청구를 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월세 공제액을 수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매번 이런 유명무실한 정책을 내놓는 데는 임대차시장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며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월세 세액공제보다는 주거비보조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