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건너간 임대소득 과세…'준비부족·예견된연기' 지적

지난 5일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보안 조치로 2주택 보유자로 월세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해 향후 2년간 비과세한 뒤 2016년부터 분리과세로 전환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지역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있는 모습./뉴스1(news1.kr)=손형주 기자

정부가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특례를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전셋값 급등과 월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주택 임대차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전 3년간의 과세 유예기간 동안 실질 과세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특례 일몰 시한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유예 연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겠다던 원칙을 정부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8일 기획재정부의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올해 말 일몰 예정이던 연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주택 임대소득 과세 특례를 2018년 말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밑도는 소규모 임대사업자에게까지 과세를 확대하면 임대료 상승이나 전세공급 감소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생각이다.

다시 특례 기한이 연장되면서 임대소득 과세 유예 기간은 총 5년으로 늘어났다. 과세 근거를 만들어놓고 정부 스스로 5년이나 이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대책을 통해 주택 수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에 전면 분리과세(세율 14%)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이 일제히 반발했고 정부는 결국 3년간 과세를 유예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기대와 달리 이번 과세 유예 연장 조치가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대부분의 임대사업자가 과세 유예 연장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소득 과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이전 과세 유예기간인) 지난 3년간 임대소득 과세를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충분치 않았고 그런 이유로 내년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월세 전환 속도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임대료 하락과 같은 임대시장 안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단기 충격은 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세 유예가 오히려 시장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가 이뤄져야 임대료 상승을 막고 집값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며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또 한번 날렸다"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임대소득 과세가 당장은 임대시장에 충격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 제고나 임대시장 관리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된다"며 "과세를 통해 임대소득이 양성화되면 임대사업자 등록이 늘고 시장 관리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임대소득 과세와 소득공제 확대가 동반돼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월세 현황 조사 등에 대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서민 세입자의 권리 보호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임대소득 과세를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었다. 노희순 위원은 "이번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해 과세 유예를 연장했지만 다음번에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유예기간 동안 임대사업등록제와 같은 과세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연구원의 김덕례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자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차시장이 불안해 질 우려도 있는 만큼 관련 제도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후 과세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