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업용 땅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 완화…"수억원 절감도 가능"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 나대지(빈 땅) 등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이 완화된다. 토지보유 시작 시점(기산일) 기준이 '올해 1월 1일'에서 '취득시점'으로 변경되는 것.


이로 인해 지금보다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이를 반대, 정부안대로 세법이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28일 기획재정부의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비사업용토지 양도 시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기간 기산일을 현행 '2016년 1월 1일'에서 '토지 취득일'로 조정한다. 적용시점은 2017년 1월 1일부터다.

비사업용토지는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세가 적용되고 있다. 기본세율(6~38%)에 10%포인트를 추가 과세하는 것. 다만 3~10년 이상 보유 시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10~30%를 차감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산일 변경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종필 세무사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산일에 따라 내야될 양도세가 수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며 "현행 제도에 따른 양도세 걱정에 토지를 매각하지 못하고 보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매매가가 15억원에 달하는 경기도 소재 임야(1985년 취득)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산일을 취득일로 계산했을 때 양도세·지방소득세는 5억2000만원 수준이었으나 기산일을 2016년 1월1일로 산정할 때 7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토지 거래를 미루는 사람들이 늘자 거래절벽 현상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토지 거래량은 총 140만7000필지(1102.6㎢)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1% 줄었다.

앞서 2007년 비사업용토지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60%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세가 적용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로 2009년부터 비사업용토지의 양도세율을 사업용토지 수준(6~38%)으로 낮췄다.

하지만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유예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정부는 토지소유주들의 세금 부담 충격을 덜기 위해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담았다.

당초 정부는 실제 토지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올해 1월 1일로 바뀌었다. 결국 10년 이상 땅을 보유한 사람도 2018년 말까지는 중과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연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기산일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가 같은 내용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조세소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특별공제로 토지주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보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세법 개정안의 소급 적용 여부 등이 국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1년 만에 같은 문제를 재논의하는만큼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