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머니③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이론상으로 존재하던 ‘헬리콥터 머니’가 현실세계에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11월이었습니다.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행한 ‘디플레이션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는 제목의 연설이었죠. 만약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 연준은 어떤 대응으로 이를 퇴치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 그 연설에서 ‘헬리콥터 머니’가 한 가지 유력한 비책으로 제시되었던 겁니다.

그 유명한 연설 이후로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해 초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1.6%로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강력한 물가하락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디플레이션’이란 이슈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화두로 떠올라 있었죠.

당시 연설에서 버냉키 이사는 ‘정부가 감세정책을 쓰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연준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버냉키는 이 수단을 소개하면서 "밀튼 프리드먼 교수가 말한, 그 유명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조치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연설에서 버냉키 이사는 △ 제로금리를 특정 시점까지 지속하기로 약속하는 정책, △ 시장의 국채 금리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정책, △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은행 대출금리, 모기지 금리 등 민간의 금리를 직접 끌어 내리는 정책, △ 해외 국채 매입을 통한 달러화 평가절하 등 다양한 디플레이션 퇴치 통화부양 수단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버냉키의 ‘대책들’은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거의 모두 활용되고 있습니다. ‘헬리콥터 머니’만 빼고요.

당시 연설에서 버냉키 이사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이를 퇴치하기 위해 연준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이 ‘무엇이든 하겠다’는 천명 역시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7월 28일 (14:1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