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결정…국회 법개정 동력도 급속 위축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장에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제2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합헌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두달 뒤인 9월28일 원안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2016.7.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합헌 결정 나면서 국회의 법 개정 작업도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시행이 된 뒤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는 공감대가 모아져야 개정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8일 국회 의원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4건의 김영란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법 시행일이 오는 9월28일로 시행도 전에 개정안들이 쏟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법 시행이 가져올 후폭풍이 크다는 얘기다.

4건은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했고, 그 중 3건은 농축수산물 등을 금품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농축수산물 관련 3건의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농축수산물의 생산위축으로 인해 1차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먹거리, 농축산 농가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개정 발의 취지로 들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서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품질고급화 전략의 정책을 펼쳐오던 정부의 기조에 따라 경쟁력을 높여오던 선량한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강석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 등으로서 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이고, 김종태 의원안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 등으로서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을 제외토록 했다. 이완영 의원안은 시기나 목적 등 별도의 조건없이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은 금품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토록 했다.

이들 개정안들은 이날 헌재 결정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내용들이지만 이날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밖에 없어 개정 시도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 정당 모두 오늘 헌재 판결에 대해 '존중' 또는 '환영'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리상으로도 농축수산물 등 분야만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제외토록’ 한 강효상 의원안은 아예 논의도 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헌재 결정의 주요 쟁점이 이 부분이었는데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강효상안의 또다른 내용인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부정청탁 금지에서 예외로 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선출직 공직자의 고충민원 전달이라는 순기능이 적지 않아 제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수산업계를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심각하게 나타날 경우 시행령에서 규정한 금품수수 제한 금액(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금액을 높일 경우 실효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어 시행령 개정도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김영란법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겸 법안소위 위원장인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헌재 판결과는 별로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나타날 문제점들이나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며 “법을 시행한 후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있다면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더 보완,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계속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정통한 한 국회 관계자는 “헌재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 개정 동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최소 몇 년간은 그대로 시행이 된다고 보는 것은 맞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