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회계법인은 웃었다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회계법인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기업 대상 재무자문과 컨설팅이 주 업무인 회계법인들이 기업들에 김영란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윤리·준법경영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돼서다.


그동안 민간 영역으로 구분되다 갑작스레 공적영역에 속하게 된 언론사나 사학 등의 법인들이 김영란법 시행 초기 이들의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김영란법 시행이라는 변화에 가장 빨리 대응한 곳은 딜로이트안진이다. 이날 딜로이트안진은 김영란법 합헌 결정 발표에 앞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손잡고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한 종합 법무·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안진은 태평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객사의 윤리경영 수준과 필요에 따라 적합한 솔루션과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주는 등의 서비스에 나선다.

안진 측은 김영란법에서 기업의 임직원이 해당 법을 위반한 경우 법인에도 책임을 묻긴 하지만 기업 스스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인 것이 입증되면 면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부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업들로서는 김영란법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도 회계법인 등에 자문을 맡길 것이라는 셈법이다.

안진 관계자는 "기업이 김영란법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얻기 위해 태평양에 먼저 접촉하든 컴플라이언스(윤리·준법 경영) 자문을 구하기 위해 안진에 먼저 연락을 취하든 이번 법무협약으로 기업은 태평양과 안진 두 곳으로부터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진과 달리 아직까지는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은 김영란법 관련 경영자문을 제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는 없었다. 다만 각 회계법인마다 기존에 해오던 윤리경영 자문 업무의 연장선에서 관련 수요를 검토하는 등의 논의는 각 회계법인마다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삼일회계법인의 경우도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안진처럼 대형 법무법인과의 협업을 논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삼일 관계자는 "외부 법무법인과 김영란법 관련 업무에 대해 검토를 한 바 있다"며 "다만 헌재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잠시 지켜보는 중이었던 만큼 관련 업무를 진행할지 확정 사항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삼정회계법인은 "기존에도 삼정 내부에 고객사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을 담당하는 '리스크컨설팅본부'가 있다"며 "김영란법 관련 서비스만 제공하는 조직은 따로 없지만 해당 본부에서 김영란법을 포함한 법규 준수를 위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관련 서비스의 수요가 어느 정도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달리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자체에 대한 자문 서비스 수요는 실제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기업 스스로 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지 해당 법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으로서도 김영란법 시행이 회계법인에까지 자문을 맡길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