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오바마, 내 연설 표절" 주장했다가 '역공'

트럼프 후보의 장남 도널드 주니어(아래)가 오바마 대통령(위)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연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가 역공 당했다./AFPBBNews=뉴스1

트럼프의 장남이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연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가 역공 당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이 나의 연설 한 구절을 표절해 영광스럽다"며 "왜 분노하지 않나?"라고 빈정거렸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전대에서 한 연설 가운데 "이건 내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That is not the America I know)라는 구절이 지난 19일 자신이 공화당 전대에서 한 연설을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당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는 미국의 현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건 내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창조적 기백과 힘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도널드 주니어의 트위터 글./사진=트위터 캡처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들은 오바마가 오래 전부터 이 표현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NBC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중 연설에서 "내가 아는 미국" 혹은 "내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고 분석했다.


2010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연설이 대표적이다. 그는 "시야를 높이는 대신 성장 침체와 경쟁력 저하, 중산층 축소 등의 현상 유지에 만족하라고 한다"며 "이건 내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2012년 미시간 주에서도 대학 교육 관련 연설을 하면서 "모두가 자신에게 타당한 몫을 해내고 같은 규칙으로 시합하는 곳. 이곳이 바로 내가 아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인 7월 12일, 경찰관 피격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 주 댈러스를 방문했던 오바마는 "혼란 속에서도 시민들이 서로를 돕고 있다"며 "보라, 이게 바로 내가 아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도 연설 중에 '내가 아는 미국'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WP는 "트럼프 진영이 아직도 표절 의혹에 시달리는 모양"이라며 "이제 그들이 응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18일 공화당 전대에서 연사로 나섰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과거 연설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 본인 역시 그의 연설이 조지메이슨 대학 법대의 F.H. 버클리 교수의 글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망신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