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우울’의 역설, 나는 우울을 즐거워 한다…왜?

역설(逆說)은 거스르는 말이다.
거스르기 때문에 귀에 걸리고, 귀에 걸려 닫으니 마음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거스르기 때문에 다시금 되돌아보고 새김질하게 만든다. 거스름의 거스름, 역설의 역설이다.


『기분 좋은 우울』(글 강원구, 그림 이현수, BOOKK)은 역설을 얘기한다. ‘우울이 기분 좋다’는 것부터가 거스르는 말이다. 책에서 얘기하는 ‘기분 좋은 고독’ ‘기분 좋은 허무’ ‘기분 좋은 외로움’ ‘기분 좋은 공허함’이 모두 역설이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많은 이별을 겪어야만 했고, 많은 아픔도 느껴야 했으며, 많은 답답함과 억울함도 가져야만 하면서, 우울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럴 때마다 ‘기분 좋은 우울함’이란 없을까?”를 생각했다고 밝힌다. 살아가면서 닥친 여러 가지 역설에 대해 ‘문학 청년’(대학교 국문학과 2학년)로서 느끼는 것을 거스르는 그대로 썼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글로 말을 다 할 수 없고(書不盡言) 말로는 뜻을 다 드러낼 수 없다(言不盡意). 그렇기 때문에 기호와 상징을 만들어 낸다. 상징은 말과 글로는 전달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상상력과 공감(共感)을 통해 서로 느끼고 나눌 수 있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말과 글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회생활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다. 가끔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난처하게 하기도 하지만, 말과 글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뜻을 나타내고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약속이다.


그 중에서도 글의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말은 두 사람이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는 시공간의 제한이 있지만(물론 녹음과 화상통화가 가능해진 지금은 그런 제한에서 많이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글은 시공간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다. 2500년 전 공자가 한 말을 『논어(論語)』 등을 통해 알 수 있고, 근대 자본주의를 이끌었던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도 글을 통해 지금 읽을 수 있다.

대학 2학년 학생의 생각도 『기분 좋은 우울』이란 글과 상징(삽화)을 통해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50대 기성세대가 읽고 공감할 수 있다.

“도끼로 열 번 찍어서 나무를 넘어뜨릴 작정이면 도끼날이 상하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기분 좋은 우울』 10p)
“사람은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인데/ 하물며/ 사랑을 소유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기 보다/ 내가 그녀를 더욱 사랑하자.”(23p)
“열등감이라는 안대를 쓰면/ 사랑이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83p)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면/ 모르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92p)

『기분 좋은 우울』에 나오는 이런 말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우울은 우리를 끝없는 나락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우울이 아니다. 오히려 우울을 한바탕 울음으로 털어냄으로써 더 나은 것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긍정적 우울이다. 이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기분 좋은 우울이라는 것은 결국 지금 우울해도 언젠가는 기쁨이 올 것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런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우울해도 그것은 기분 좋은 우울일 거예요.”

결국 ‘기분 좋은 우울’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사람이 삶의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리더라도, 우울에 빠져 그런 어려움에 지지 말고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한 담금질로서의 우울인 것이다. 아파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건강함은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