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스님 "조계종의 장식품이었다… 한국 떠날 것"

머니투데이

이슈팀 신지수 기자

지난 27일 현각스님이 한국불교에 대해 비판한 뒤 한국불교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사진=현각스님 페이스북

/사진=현각스님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하버드대 출신이자 미국인 스님으로 유명한 현각스님(52)이 한국불교가 기복종교로 변질됐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한국불교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현각스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며 “한국을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며 “주한 외국스님들도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각스님은 예일대, 하버드대 대학원 출신으로 1990년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25년째 승려생활을 하고 있다.

현각스님은 다소 서툰 한국어로 한국 불교계에 뼈아픈 지적을 날렸다. 그는 유교적 관습, 남녀 차별, 기복신앙, 물질만능주의 등을 불교계의 폐단으로 거론했다.

지난 27일 현각스님이 한국불교에 대해 비판한 뒤 한국불교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사진=현각스님 페이스북

그는 한국 불교의 배타성에 대해서도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 불교를 위해서 새 문을 열었기 때문에 나와 외국인 출가자 100명이 그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며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어 지난 2~3년 동안에만 7~9명의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고 나도 유럽의 내 상좌들에게 조계종 출가생활을 절대 권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시대 정신에나 어울리는 교육으로 합리주의 바탕에서 성장한 서양 사람을 보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숭산 스님이 세운 화계사 국제선원을 완전히 해체시켰다”며 “한국 선불교를 세계로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고 말하며 “왜냐하면=‘기복=$(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8월 중순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해 (서울 강북구) 화계사에서 은사 스님(숭산 스님) 부도탑을 참배하고 떠날 준비를 하겠다”며 “환속하지는 않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현각스님은 그리스에 체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