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들, 자산건전성평가 통과…"금융위기 결딜 것"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이탈리아 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사진=블룸버그

유럽계 대형은행 대부분이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대형 악재가 닥쳐도 버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유럽금융감독청(EBA)은 유럽 51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산건전성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이들이 앞으로 3년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번 자산건전성평가는 지난해 통과 여부를 가리는 것과 달리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은행의 자본 비율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주안점을 뒀다. 이에 따른 해석은 각국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최악의 평가를 받은 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이탈리아 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였다. BMPS는 위기 상황에서 완충자본이 완전히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충격을 적용했을 때 남아 있는 핵심 자본(CET1) 비율은 -2.44%를 기록했다. 이는 BMPS가 파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BMPS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기 직전 50억유로의 신규자금을 수혈받고, 92억유로 규모의 부실자산을 상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과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자구책 발표에 앞서 BMPS는 스위스 UBS은행으로부터 비공개 구제안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이어 아일랜드의 얼라이드 아이리시 뱅크(AIB·4.31%), 영국 바클레이즈(7.30%), 독일 도이체방크(7.80%), 이탈리아 유니크레디(7.10%)가 부정적인 경제 환경에 닥쳤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진단됐다.

전체 은행들의 평균 CET1은 9.20%였다. 월트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최소 5.5%의 CET1 비율을 유지했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의 은행 감독당국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기준 미달 은행들에 대해 자본 확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올해 결과가 지난해 ECB(유럽중앙은행)의 첫 평가 때보다는 덜 극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시장에선 EBA가 은행들에 요구한 조달규모가 충분치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이번 평가가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미국 은행들에 대한 자산건전성평가보다 덜 혹독한 경제환경을 가정해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는 부실채권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 은행들과 포르투갈 은행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평가 결과가 실제보다 고평가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기' 상황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지난달 23일 결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마이너스금리 여파를 분석 항목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이번 평가는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 지급능력이 있다는 뜻이지 이후 생존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