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직장인 단과대' 갈등격화…학생 농성에 경찰 투입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날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날 단과대 설립 등 정책에 반대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오후 벌어진 경찰력 투입을 두고 학교 측을 강력 규탄했다.이화여대 학생들은 교육부의 '평생 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하며 28일부터 본관건물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하면서 학교와 재학생 간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학교의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28일부터 이화여대 본관 건물에서 집단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선취업 후진학 제도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사업이다.


학교 측은 특성화고 등 출신의 비정규직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 제공과 사업 확정시 지원받는 30억원의 금액이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은 단과대학 설립이 △전공 겹침 현상으로 교육의 질 저하 △신설된 전공이 산업수요에 맞춰져 대학이 단순 취업훈련소로의 전락한다는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학교 측은 28일 오후 2시 본관 소회의실에서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미래라이프대학 신설과 관련해 학칙 개정안이 심의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총학생회 등이 를 저지하기 위해 28일 본관에 모여 회의 개최를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119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투입은 안에 있던 사람을 구조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연행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본관 1층과 계단에서 농성을 벌이며 학교측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도 요구하고 있다.

고졸 출신 직장인 등을 위한 단과대 설립 등 학교 정책을 놓고 이화여대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에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총장실 앞을 점거하고 있다.학교 측은 특성화고 등 출신의 비정규직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 제공, 사업 확정시 지원받는 30억의 금액이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학생들은 단과대학 설립이 학벌주의 조장, 전공 겹침 현상으로 교육의 질 저하, 신설된 전공이 산업수요에 맞춰져 대학이 단순 취업훈련소로의 전락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사진=뉴스1

31일 대학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했다. 이후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선정 이후 이화여대는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과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 등으로 구성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20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에 학생 측은 "보건관리학과, 식품영양학과, 의류학과,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구 신문방송학과)라는 학문적 전공이 존재함에도 산업에 초점을 맞춰 영역이 중복되는 전공을 개설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학문이 아닌 산업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학문 탐구라는 대학의 목적을 퇴색시킨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고졸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은 고려대, 숙명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정원 외로 선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화여대의 직장인 단과대 추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직장인단과대 사업은 우리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학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다"며 "오히려 사업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학위장사 맞네. 돈 안되는 학과정원 꾸역꾸역 줄이더니 저런거 하는구만…대학이 완전 장사치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