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와 트레이딩을 구분하자

투자와 트레이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단어들입니다. 이 둘은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기업이나 국가경제의 성장이나 배당과 같은 수익을 통해 수익을 불려나가는 방식입니다. 반면 트레이딩은 주식을 빠르게 사고 팔면서 그 가운데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투자의 방식은 장기투자를 위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어울리는 방식이며 트레이딩은 보다 전문화된 개인이나 기관이 담당을 하게 됩니다.

최근에 머신러닝이나 로보어드바이저처럼 새로운 용어와 기술들이 등장하며 투자에 있어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다만 금융은 대단히 보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아주 일부를 새롭고 신기한 IT제품을 사는데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재산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투자 부분에서 덥석 새로운 접근 방식에 내 재산의 전체를 맡기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일부를 분산해서 투자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전체를 맡기고 담당하기에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최근 회자되는 투자 방식들이 많은 경우에 있어 매매 회전율이 높은 특징을 가지는 전략들이 많다는 부분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많은 매매를 동반하는 투자전략은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기본적으로 거래세와 매매수수료처럼 눈에 보이는 확인되는 비용과 더불어 매수매도 스프레드와 시장충격 비용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일정 기간동안 트레이딩 전략이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에는 누적되는 비용으로 인한 손실이 급격히 쌓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단기적인 투자에서는 그 누적효과가 크지 않아 괜찮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통제가 가지는 중요성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세계적인 운용사이자 인덱스펀드를 처음 만들어낸 뱅가드그룹의 설립자 잭 보글과 같은 사람은 최근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금융상품 중의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가장 큰 장점을 단점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ETF의 장점을 단점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ETF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확보한 ETF상품은 상당히 유용한 투자대상으로 그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만 잭 보글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눈 앞에서 사고 팔리는 것을 보는 것을 통해 불필요한 매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을 투자가 아닌 투기로 인도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시장의 대표 지수를 추적하는 ETF를 매수하여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투자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매매가 가능하다는 부분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한 것입니다.

사실 금융시장이나 개인의 재무상태의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포트폴리오의 수정은 오히려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이것이 투자자의 이익을 위한 포트폴리오의 변경을 위한 매매가 되어야지 단순히 매매를 위한 매매를 만들어내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