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스타]박인비, '부진' 이겨낸 116년만의 女골프 주인공

골프 대표팀 박인비가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여자 골프 4라운드 18번홀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으며 환호하고 있다.2016.8.20/사진=뉴스1

116년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은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였다.

박인비는 지난 6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데 이어 올림픽 메달을 추가해 내며 '골든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겪어온 부상과 부진을 극복한 결과이기에 더 값진 우승이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1위에 올랐다. 은메달을 따낸 최대 경쟁자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5타차로 넉넉히 앞섰다.

박인비는 경기 직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보다 특별했다"며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고, 불가능할 것 같던 시간도 많았지만 이를 이겨낸 우승이어서 다 값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대표해 우승한 것보다 더 특별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올해 손가락 부상을 겪으며 부진했다. LPGA 투어인 '기아 클래식' 준우승,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공동 6위를 이뤄냈지만,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6~7월에는 주요 대회에서 컷 탈락하거나 출전하지 못하며 올림픽 출전 자체를 불투명하게 했다.


박인비는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큰 용기를 내서 올림픽에 나가기로 했다"며 "후배한테 물려줘야 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이 기회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자' , '후회 없이 경기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고, 행운으로 결과까지 따라왔다"고 말했다.

골프 대표팀 박인비가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박인비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보이고 있다.2016.8.21/사진=뉴스1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뒤 남편 남기협 프로와 남편의 선배인 김응진 프로와 함께 스윙을 교정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손가락 부상이라는 핑계를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박인비는 우승을 확정한 직후 세리머니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평소 얌전한 박인비와는 어울리지 않은 과한 세리모니였다. 박인비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모든 분들이 박인비를 외쳐주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골든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1회), LPGA 챔피언십(3회), US 여자 오픈(2회), 브리티시 여자 오픈(1회) 등을 제패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데 이은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10년 전인 2006년 퓨처스 투어를 거쳐 2007년 프로에 데뷔했다. 2008년 LPGA 투어 US오픈에서 최연소로 벼락 같이 우승하며 골프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왔다. 역대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 데 이어 1900 파리올림픽 이후 116년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는 향후 계획에 대해 "모든 힘을 다 쏟아내 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4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출전과 관련해선 "2020년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일 도전할 수 있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