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도 만들어달라"…코스맥스에 줄서는 글로벌 화장품

1996년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이경수 코스맥스 (135,300원 ▲3,500 +2.66%) 회장은 특별한 성과 없이 빈 손으로 돌아왔다. 회사소개 자료와 그동안 개발한 화장품 샘플을 잔뜩 챙겨갔지만 한번 꺼내보지도 못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을 비롯해 다수 업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들은 '듣보' 한국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16년 코스맥스의 경기 판교 본사에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 고위 임원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시판중인 제품 생산 주문을 비롯해 기획 단계부터 코스맥스와 상의를 거친다.

화장품 ODM 기업인 코스맥스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업체 인터코스를 제치고 이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선 뒤 해외 화장품 업체들의 제품 의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코스맥스의 가장 큰 고객인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주문이 꾸준한데다 해외 유수 화장품 기업 등 글로벌 고객까지 증가하면서 경쟁사인 인터코스와의 매출 격차는 1000억원 이상 벌어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맥스의 화장품 사업부문 매출액(개별법인 매출 합산 기준)은 4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2위 업체인 인터코스(3115억원)보다 1125억원 많은 금액이다.

◇코스맥스에 줄서는 글로벌 기업들…해외수출 급증=로레알그룹은 코스맥스의 최대 거래처다. 로레알은 2004년 처음 코스맥스와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전략적 파트너'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로레알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 공장을 코스맥스에 넘겼고 유럽 공장까지 맡아 달라고 제안했을 정도다.

로레알그룹 뿐 아니라 에스티로더그룹, 메리케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코스맥스에 화장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미샤, 토니모리 등 국내 화장품 기업을 비롯해 해외 업체들의 주문이 늘면서 수출액도 급증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화장품 수출액은 2011년 2377만달러에서 2014년 4637만달러, 2015년 8295만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541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 초기에는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던 해외 유수 브랜드 업체 임원들이 최근엔 반대로 코스맥스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1위가 된 이후 고가 브랜드의 제품 개발 의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伊 인터코스와 매출 격차 1000억 이상 벌려…글로벌 1위 입지 탄탄=코스맥스의 국내·외 거래업체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글로벌 2위인 인터코스와의 매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말에는 인터코스와의 매출 격차가 500억원 안팎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1125억원 차이로 글로벌 최강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코스맥스 국내 법인이 2519억원, 중국 법인인 코스맥스차이나와 광저우코스맥스가 1394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안팎 매출이 늘었다. 올초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미국 법인은 7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인터코스는 본토인 유럽에서 전년 동기보다 40% 안팎 많은 1523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미국 매출(552억원)은 오히려 감소했다. 중국 3개 법인 매출이 총 439억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지만 코스맥스의 성장세는 따라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