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美 ‘잭슨홀 미팅’ 참석 안하는 이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잭슨홀 미팅에 참석할지 생각해 보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주열 총재가 올해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는다. 2014년 부임 이후 3년째 불참이다. 전임 김중수 총재가 임기 4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5~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장병화 부총재가 참석한다. 이 총재 부임 첫 해인 2014년에는 서영경 전 부총재보가, 지난해에는 윤면식 부총재보가 잭슨홀 미팅에 다녀왔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사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1982년부터 열린 연례 학술대회 성격의 행사다.

시작은 미국 연준(Fed) 인사들과 금융계, 학계 인사들의 친목과 교류 목적이 강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주요 인사들의 연설내용이 시장에 파급력을 미치기 시작하자 ‘중앙은행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2005년 행사에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견한 것과 2010년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세계 경제동향과 이슈를 반영해 주제를 선정한다. 올해 논의 주제는 ‘미래의 탄력적인 통화정책 체계 만들기’다. 향후 추가적인 경기악화에 대응키 위한 마이너스금리 등을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관련 내용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잭슨홀 미팅에 박승 전 총재는 재임 중 한 번 참석했고, 이성태 전 총재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전임 ‘한은맨’ 출신 총재들에 비춰 볼 때 이 총재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 총재의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008년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시절 잭슨홀 미팅에 참석했는데 업무보다는 각계 인사들과의 교류, 친목 도모 성격이 앞선 행사였다고 회고했다. 굳이 총재 자격으로 참석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임원급 인사들에게 교류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은 안팎에서는 김중수 전 총재가 잦은 해외출장으로 국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점과 8월말 예정된 임시국회 서별관회의 청문회 참석 가능성 등을 이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은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간 실무적인 대화와 정보 교류는 잭슨홀 미팅보다는 2개월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9월 BIS 회의에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대부분 참석한다”며 “실무적인 대화는 그 곳에서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BIS 회의는 오는 9월 11~12일 예정돼 있다.

BIS 회의는 통상 회의 내용이 비공개되지만 지난 6월 회의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정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신속한 대응 방향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잭슨홀 미팅에 옐런 연준 의장의 연설도 예정돼 있어 중요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해 이 총재가 직접 참석하는 것이 낫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옐런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은 대외공개로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에 총재가 참석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