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0배 신화, 베트남 투자로 재연한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대표

"30년 전에 삼성전자를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5000원, 만원하던 주식이 지금은 160만원인데요. 현재 베트남은 30년전 한국의 모습과 판박이입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베트남펀드를 새로 내놓으며 한 말이다. 존리 대표는 30년전 코리아펀드가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의 삼성전자 같은 신흥기업에 투자해 큰 성과를 낸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1990년대 스커더자산운용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존리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기자간담회에서 "스커더운용사가 1984년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최초의 폐쇄형 펀드인 코리아펀드를 만들고 큰 수익을 올렸던 것처럼, 베트남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폐쇄형 펀드 '메리츠베트남'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여러가지 유사함도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의 뜨거운 교육열, 젊은 인구구조 등을 고려할 때 베트남이 성장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시장에 자녀 명의로 투자하면 나중에 고수익이 났을 때 증여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신흥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많은 베트남 펀드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메리츠베트남은 조금 다르다. 한시적(9월5 ~ 9일)으로만 판매한 뒤 10년간 투자를 지속하는 폐쇄형 펀드다. 주식혼합형으로 베트남 국공채에 40% 가량을 투자할 예정인데다 IPO(기업공개) 등 투자에도 시간이 걸려서다. 베트남 국공채 이율은 6% 수준이다. 주식 최소 투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투자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베트남 국영기업들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 초기에는 채권 비중을 높게 가져갈 예정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으로 우리나라의 두배 수준이지만 평균연령은 29살로 상당히 낮다. 1970년대까지 이어진 전쟁으로 성인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GDP(국내총생산)는 연간 7%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임금은 중국의 절반으로 낮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이 베트남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존리 대표는 "베트남은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엄청난 나라"라며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계속 진행 중인데 대부분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하고 있어 시가배당률도 4~5%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으로는 우리나라 남양유업에 비견하는 유제품 회사 비나밀크(Vinamilk), 소프트 웨어 회사인 FPT, 제약회사인 DHG, 철강 기업인 호아 팻 그룹(Hoa Phat Group), 베트남 1위 은행기업 비엣콤뱅크(Vietcombank), 전자 대리점인 모바일 월드 그룹(Mobile World Group) 등이 있다. 베트남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3~14배 수준인데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이 15~20%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저평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메리츠베트남의 선취수수료 2%이고, 연 보수는 0.96%다. 모집금액은 500억~1500억원으로 500억원이 미달할 경우 펀드 설정이 무산되고, 선착순으로 1500억원이 일단 모이면 추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 투자 자금 유입이 자산가치를 올리는 유동성 버블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0년간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 펀드지만 12월에 거래소에 펀드를 상장해 매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투자기간 중 이자, 배당소득은 현금으로 배분된다. 환노출형으로 베트남 현지통화인 동(VND)의 움직임에 따라 환차손 또는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메리츠자산운용도 5억원을 투자하고, 존리 대표를 포함해 직원들도 직접 투자한다. 판매처는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