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많은 건설업, '김영란법'에 초긴장…"영업중단이 최선"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건설업계도 담당 직원 교육과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건설업계는 인허가와 입찰 과정에서 공공기관을 상대할 일이 적지 않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경쟁 업체들 사이에 악용의 가능성을 우려해 당분간 영업활동을 중단하는 게 위험 부담을 가장 낮출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건설업체는 이달 초 김영란법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장 영업관리, 감사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이 참여하며 윤리규정 등이 담긴다. 가이드라인이 완성되면 전 직원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법 시행 뒤에도 연말까지 TF를 가동해 수정 보완 등의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인 B건설업체도 교육안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 중이다. 그룹에서의 공통 지침이 내려오면 건설업종에 맞게 적용해 최종안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 공지할 계획이다.

C건설업체는 최근 직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외부 법무법인의 변호사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했다. 주로 영업 담당 직원들이 참석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과 세부적인 내용 등에 대해 질의했다.


대책 방안 마련을 미룬 업체들도 있다. 기준이 모호해 청탁금지법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발표하는 '청탁금지법 매뉴얼'을 살펴본 뒤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앞서 법 관련 해설집을 내놨지만 모호한 점들이 많아 국가공무원, 사학 관계자, 언론인, 공직 유관단체 등 대상별로 구분해 작성한 매뉴얼을 빠르면 이달 말 내놓기로 했다.

법 시행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법 제정의 취지대로 부정부패를 근절해 기술과 실력으로만 겨루는 공정한 경쟁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접대 등을 해야 하는 수주는 아예 참여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침이 있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다른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 돼 수주의 기회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악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특히 수주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영업 담당자의 경우 교수나 공무원, 연구원 등과의 접촉 자체가 경쟁 업체들에게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건설업체 다른 관계자는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어떤 꼬투리도 잡히지 않기 위해 법 시행 이후 한동안은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내부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의 조합장과 감사 등 운영진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장이나 군수가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정비사업을 한다"며 "재건축·재개발 조합장 등도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공무수행을 하는 '공무수행 사인'에 해당될 수 있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운영진이 포함될 경우 법 시행을 계기로 조합 운영과 시공사 선정 등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각종 허위 투서나 고발 등이 난무할 경우 건설업체 간의, 또는 조합원 간의 난타전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건설업체 영업 담당 관계자는 "영업하는 사람들은 실적을 내야 하지만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법 시행 이후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적극적인 수주 영업 활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