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안 다녀오고 얼굴이 까맣게 탔어요"

제환정 직방 대동여지도팀 팀장/사진=직방 제공

"3년째 여름 휴가도 못 갔는데 얼굴이 까맣게 탔어요."


부동산 정보 앱 '직방'의 대동여지도팀 제환정 리드(팀장)은 전국 아파트를 돌아다니느라 얼굴이 탔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꾸려진 직방의 아파트 정보 서비스팀 '대동여지도팀'을 맡아 직접 발품을 팔며 아파트 정보를 모으는 일을 담당했다. 지난 겨울, 그리고 유난히 지독했던 올 여름 폭염을 견디며 수도권 아파트 단지 4000여곳의 정보를 모았다. 마치 조선 팔도를 돌며 대동여지도를 만든 위인 김정호처럼.

200여명을 구성된 직방의 대동여지도팀은 지난 7개월 동안 수도권 아파트 단지 4000여곳을 다녔다. 제 팀장은 "매매를 위한 아파트 정보가 아니라 실거주자들을 위한 정보가 필요했다"며 "마트나 버스정류장 등이 어디에 있고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지 등 직접 걸어보고 카메라 촬영을 하며 실제와 가장 가까운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정보 수집은 아파트 단지 당 '한 명'이 담당했다.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단지 내 시설물과 주변 편의시설 등을 확인하고 동영상 촬영을 위해 360도 카메라를 들고 단지를 걸어다녔다. 하루 반나절씩 걸리는 작업이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겨울에는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진행했고 비가 오면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해 다음날 다시 방문하는 등 수없이 발품을 팔았다.


아파트 경비원도 의외의 복병(?)이었다. 몇시간씩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는 대동여지도팀원을 잡상인으로 오해하고 제재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친근하게 음료수를 건네거나 신혼집을 알아보러 온 척 둘러대며 경비원과의 눈치게임도 벌였다.

정보 수집이 거의 마무리 되어 가던 지난 3월, 그동안 모은 정보를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에 닥치기도 했다. 제 팀장은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해 구성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내용도 부실했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털어 놓았다. 목표 고객이 뚜렷하지 않았던 탓에 발로 뛴 노력에 비해 정보의 질이 떨어졌던 것.

그리고 나서 고객층부터 분명하게 다시 정했다. 이번엔 '유치원생 정도의 자녀가 있는 30대 중반 여성'을 타깃으로 잡았다. 목표가 뚜렷해지니 체크 리스트도 분명해졌다. 현관 입구는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경사로가 있는지, 단지 내 혹은 근처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있는지, 지하주차장은 밝은지 등 35가지 기준을 세웠다.

또한 단지 근처에 마트가 있는지, 버스정류장은 정말 도보 5분이면 닿는지, 놀이터 바닥은 우레탄인지 모래인지, CCTV는 달려있는지 등도 세세히 조사했다.

매뉴얼을 만든 뒤부터 현장 작업도 수월해졌다. 초기에 1명이 아파트 단지 한 곳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면 이제는 하루에 2~3단지까지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4000여곳의 수도권 아파트 정보를 모았다. 직방은 다음달 말까지 전국 광역시 200여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1만 곳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지방 중·소도시를 포함한 전국 단위의 아파트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제 팀장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긁어 모을 수도 있었지만 직접 발품을 판 건, '직접 확인한 상품만 판매한다'는 직방의 초기 모토를 따른다는 측면과 경쟁사가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정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앞으로도 유일하게 직방만 할 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직방 '대동여지도팀' 팀원이 아파트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사진=직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