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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다른 말 '우직함'…잃어버리고 망각한 일상에 울리는 경종

[동네북]<13>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우리 삶의 속도를 되돌아 보다

동네북 머니투데이 들풀 동네북서평단 직장인 |입력 : 2016.08.2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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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느림의 다른 말 '우직함'…잃어버리고 망각한 일상에 울리는 경종
이 책은 달팽이들이 왜 그렇게 느린지 알고 싶어 하던 한 달팽이의 모험 및 성장기이다. 다른 달팽이들은 관습적인 생활 패턴 안에서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간다.

하지만 주인공 달팽이는 어느 들판 한가운데 있는 납매나무 아래의 '민들레 나라'를 홀로 벗어나 '기억'이라는 이름의 거북이를 만나 '반항아'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이후 인간들이 들판을 아스팔트로 덮어버리려는 것을 발견하고 되돌아오면서 개미들과 딱정벌레, 두더지에게 위험을 알려 대피시킨다. 또 같은 마을 달팽이들도 설득하여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새로운 민들레 나라로의 이주에 성공한다.

"네가 느린 이유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야." 수리부엉이가 들려준 이 말과 "모든 걸 기억 속에 담아 두기 위해" 몸집이 커지고 느려지게 되었다는 거북이의 말을 가만히 곱씹어본다. 무거운 짐과 기억이라…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인지 난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 말고도 궁금한 게 많은 편이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어떻게 구별하는지, 두더지는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 송사리를 잡아서 말리면 멸치가 되는 건지, 논병아리는 왜 다 켜도 논닭이라고 안 부르는지 등등 어른들께 엉뚱한 질문을 드렸다가 꿀밤을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궁금증들은 대개 내가 직접 비교해보거나 잡아서 관찰하고 행동해 봄으로써 해결하곤 했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공부에 관심이 없고 글씨마저 느려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나머지 공부를 도맡아 했다. 하지만 그 시절엔 몰랐었다. 그런 소소한 경험들이 지금에 와서는 이런저런 글을 쓸 때 큰 자산이 될 줄은…

빈곤한 경험은 곧 영혼의 가벼움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기억마저 점점 망각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 '기억'을 되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며, 관습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반항'을 의미하기도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과도 맥이 통한다.

느릿느릿 보기에도 답답한 달팽이 '반항아'가 우직하게 이 일을 해내는 모습을 통해 빠름만을 추구하며 '느림'을 바보 취급하는 우리의 경박함을 반성해 보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모든 게 빠르다. 먹는 것은 패스트푸드에, 정보화 사회답게 네트워크 속도며, 컴퓨터 처리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고 못 견뎌한다. 불과 100년 사이에 인류는 너무나 빠른 발전을 경험해서, 지나오며 지키고 보았어야 할 것들 상당수를 잃어버리거나 망각해 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달팽이 '반항아'가 느릿느릿한 걸음 덕에 생의 화두를 해결해 준 거북이를 만날 수 있었고, 곧 도래할 위험에서 수많은 이들을 구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간 것처럼 우리에게도 발걸음을 늦추고 찬찬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느림의 다른 말 '우직함'…잃어버리고 망각한 일상에 울리는 경종
그 '느림'을 인간의 긍정적 언어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나는 '우직함'이라 말하고 싶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고 영원히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던 느릿느릿 내 방식대로 경험을 쌓아가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삶도 나름 멋지지 않은가.

문득 내 삶의 속도가 궁금해진다.

◇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펴냄. 100쪽/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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