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ELS 돈 쓸곳 많은데..증권사 건전성 악화

올해 증권사의 새로운 건전성 지표인 레버리지(부채)비율 규제가 시행된 가운데 증권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ELS(주가연계증권),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부채성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감독당국의 '1100% 규제'를 피하려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KB투자증권, 신영, 동부증권 등의 레버리지비율이 크게 올랐다.


지난 6월말 기준 NH투자증권은 비율이 업계 최고수준인 934%로 지난해말 845%보다 89%포인트나 상승했다. 자기자본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다양한 자본확충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최근 출시한 3000억원 규모 한국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투자가 예정돼 있어 비율이 1000%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사인 신한금융투자(915%)와 하나금융투자(886%)도 비율이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52%포인트, 33%포인트 상승해 900% 수준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단행하면 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동부증권의 경우 비율(881%)이 90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적자에 레버리지비율 900% 이상일 경우 경영개선권고를 받을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 KB투자증권(922%)과 신영증권(895%)의 경우도 올 들어 비율이 악화됐고 대신증권(862%), 한화투자증권(847%) 등은 지난해보다 비율이 개선됐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부채 의존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총자산과 자기자본에서 각각 차감 항목을 제외한 뒤 산출하며 올해부터 1100%(2년 연속 적자는 900%)가 넘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 등 제재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보다 부채로 인식되는 ELS, RP 등 자산이 더 크게 늘어난 게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레버리지비율이 높은 증권사는 대부분 판매수익과 운용수익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ELS와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RP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LS의 경우 원금손실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체 헤지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면서 비율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