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낳은 이상한 부동산시장…'분양권 로또'에만 관심

부동산시장에서도 저금리로 불어난 자금이 실수요가 뒷받침된 매매거래를 통한 시장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분양권 전매와 같은 단기 시세 차익에만 몰리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살아나지 않는 한 부동자금이 단기 수익만을 추종하는 현 시장 상황에 돌파구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 인하 당시 기대했던 기존주택 매매는 주춤한 반면 대기수요가 충분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나 경기권 신도시 분양 아파트에는 기록적인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 거래량은 총 73만1603건, 이 가운데 28.3%인 20만6890건이 분양권 거래였다. 이는 주택거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의 24.5%보다 3.8%포인트 상승한 비중이다. 주택시장이 한창 호황이던 지난 2006년 분양권 거래 비중 15.7%와 비교하면 10년 새 10%포인트 이상 비중이 커졌다.

문제는 분양권 거래 목적이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단기 전매 차익 챙기기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7.9%가 분양권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 청약에 나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낮은 금리에도 실수요자들마저 집을 사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저금리로 불어난 유동성이 실수요가 수반된 정상적인 매매거래로 흐르지 않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분양권이나 분양형 호텔, 임대 오피스텔과 같은 투자상품에만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 되는' 재건축 분양에 돈이 몰리다 보니 분양가도 치솟을 수에 없다. 매번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는 강남권이 대표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로 유동성 총량은 늘었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며 "단기 차익을 노린 분양권 전매를 통해 투기성 투자에 나서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기수요가 풍부한 서울 강남권과 같은 안전자산에만 제한적으로 돈이 풀린다"고 지적했다.

저금리는 주택 임대차 시장마저 왜곡시키는 역효과까지 낳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70%대에 진입한 뒤 불과 11개월 만인 올 6월 다시 75% 고지를 넘어섰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위례신도시 분양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7월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추세적인 전세가율 상승은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전세가율 급등은 매매가 이상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때문이다. 올 상반기 동안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2.12% 상승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2.8% 올랐다. 특히 전세 수요가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은 각각 4.1%, 3.62% 올랐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수익이 줄어든 집주인(임대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받길 원하는 반면 향후 부동산경기를 낙관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한층 불어난 전셋값 부담에도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일부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거나 아예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심교언 교수는 "경기 불안이 오히려 투기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경기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른바 초안전 자산이나 투기 자산 등 양극단의 상품에만 돈이 몰리는 자산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