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저금리의 역습…효과는 ‘글쎄’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주명호 기자

사진 왼쪽부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사진제공=로이터

저금리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앞다투어 금리 인하를 선택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예 마이너스로 금리를 떨어뜨렸다.

마이너스금리 하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일종의 보관료격으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을 맡길수록 손실을 본다는 이야기다.

이 돈을 가계 및 기업들의 대출용으로 돌려 소비 및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게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기본 구상이다.

하지만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이후 경제지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예상과 엇나간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마이너스금리(-0.1%)를 도입했다.

유로존 마이너스금리는 도입 초반 가계, 기업의 대출 확대에 기여한 듯 보였다. 2013년 12월 전년동월대비 -3.2%였던 유로존 대출 증가율은 2015년 11월 2%로 상승했다.

소비와 투자도 초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냈다. 유로존은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전 1년간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각각 0.4%, 0.7%에 머물렀다가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1년동안 각각 1.7%, 1.9%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후 유럽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금리수준을 -0.40%로 떨어뜨리자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발생했다. 상승세였던 대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다시 0%대로 둔화됐고 소비심리는 악화됐다.

올해 2월 첫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사정도 비슷하다. 통화완화를 통한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를 도모했으나 현실은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보름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4% 하락했고 엔화가치는 14.7% 절상됐다.

제도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초 기대한 긍정적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엔화 가치는 지난 18일 기준 15.6% 절상됐고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2.8%에서 올해 7월 2.1%로 오히려 낮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도 향후 경기둔화를 예상하는 비중이 높다.

덴마크 역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다가 역풍을 맞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덴마크는 2012년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이후 몇 차례 인상과 인하를 거듭한 끝에 현재 -0.65%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한 목적과 달리 덴마크 민간 투자는 위축됐으며 경제는 '저성장 위기'에 빠졌다. 덴마크 정부에 따르면 올해 민간투자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16.1%를 기록할 전망이다. 과거 1990~2012년 연평균치인 18.1%에 크게 못 미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덴마크가 마이너스금리로 환율 안정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거시경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저축은 오히려 늘었다. 덴마크 민간부문 저축률은 올해 GDP대비 26%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이너스금리 도입 전까지 연평균 저축률은 GDP대비 21.3% 였다.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덴마크를 비롯해 독일·스위스·스웨덴·일본 등 5개국의 저축률이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독일 가구 가처분소득 기준 저축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9.7%로 상승했고 올해는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와 스웨덴의 올해 저축률 전망치는 각각 20.1%와 16.5%로 추정된다. 2년 전 마이너스였던 일본의 가구 저축률은 올해 2.1%로 오를 전망이다.

마이너스금리가 경제주체들에 미래 경기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CB가 마이너스금리를 더 강화할수록 경제주체 심리가 악화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마이너스금리 도입도 경제상황이 긴급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유럽 은행 및 보험사들이 중앙은행에 맡겼던 자금을 인출해 현금으로 자체 보관하는 모습은 이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안한 미래 상황에 투자는 기피하면서도 마이너스금리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편법을 내놓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가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은행들에게 받은 '보관료'는 26억4000만유로(약 3조2961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