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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없다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6.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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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말을 전했다.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말을 전했다.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마음이 여리고 단순해요. 남 어렵다면 도와주려는 마음도 많고. 이런 친구들한테 알만한 사람들이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용돈 찔러주면서 친근하게 접근한단 말이지. 그래놓고 하소연을 하는 거라. 사실 내가 사업실패로 어려움에 처했는데 한번 도와주라.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되면 수렁으로 한량없이 끌려 들어가는 거지”

백인천 감독에게 최근의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 관해 물었을 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백인천 감독은 세칭 ‘검은 안개 사건(黒い霧事件, 구로이키리지켄)’이라 불리며 일본 프로야구를 강타했던 대규모 승부조작사건(1969년~1971년) 당시 도에이 플라이어즈에서 선수로 활동했었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들은 얘기가 많았다.

백감독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도 승부조작의 덫은 그렇게 인간적인 접근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야금야금 방심을 조장하고 슬몃슬몃 당겨들이다 본격적으로 돈이란 당근과 공갈협박이란 채찍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고. 운동만으로 살아온 선수들은 세상살이 술수들에 무지하기 십상이어서 눈앞에서 대놓고 흔드는 정과 의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위장의 본색을 확인할 때는 이미 스스로를 망쳐버린 후란 얘기.

아픈 걸 참긴 쉬워도 가려움을 참긴 힘들다는 말이 있다. 혈기방장한 선수들을 상대로 대놓고 돈과 협박을 앞세웠다면 덫은 쉽게 망가졌을 것이다. 강압이야 분노와 오기로 참아낼 수 있지만 따뜻함을 가장한 회유를 버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광해군 시절 이이첨의 심복으로 인목왕후의 서궁 유폐에 앞장서다 인조반정 이후 주살당한 윤인(1555∼1623)도 아내가 제 머리를 깎아 손님 접대하는 것을 보고는 지조를 꺾고 진흙탕에 발을 담갔다고 한다. 아마 그 아내가 돈 벌어오라고 바가지를 긁었다면 꼬장꼬장한 샌님 기질이 오히려 단단해졌을 것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결정할 때는 의지만큼이나 상황도 중요하다.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 보스 돈 콜레오네가 말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란 결국 그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 가겠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의 압박, 감성에 호소하는 인간적 정리 속에서도 정당한 선택을 하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기가 필요하고 뚜렷한 가치관의 내면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2015년 10월 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에 실린 논문 한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영열·김진국 고려대 체육학과 강사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논문에 의하면 ‘승부조작을 제안받은 경험이 있다’는 문항에 응답자 274명 가운데 1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문제는 설문의 여러항목중 승부조작이 법률적 범죄가 아니라고 17명(6.2%)이 생각한다는 점, 또 승부조작은 스포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16명(5.8%)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당연한 가치가 일부선수들에겐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다른 설문에서 이런 황당함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얻는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 승부조작 예방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고 '처음 승부조작 예방교육을 받은 시점'으로 응답자 62명 중 59명(95.2%)이 프로에 입단해서, 3명이 대학교 입학 후라고 밝혔다. 이번 승부조작사건에 연루된 유창식 이태양등은 고교졸업후 프로에 입단했다. 그들에겐 상황을 깨트리고 가치를 지켜갈 내면화의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평소 선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끊임없이 일러줘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도박하지마라. 음주운전 하지 마라. 비행기서 담배 피지 마라.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마라. 그런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다 알지. 근데 안다고 사고 안나는게 아니잖아. 계속 강조를 해주고 주의를 환기시켜줘야 된다는 말이지.”

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대접받는게 쉽지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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