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250조 돌파…'풍선효과' 제2금융권 대출 급증

지난 7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은행 고객이 사잇돌 중금리 대출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br>

가계 빚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잔액기준 125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시중은행 대출문턱을 높였지만 의도와 달리 대출증가 속도가 꺾이지 않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 가계 빚 3개월만에 33.6조 증가… 절반 이상 주택담보대출=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보다 33조6000억원(2.7%), 1년 전보다 125조7000억원(11.1%) 각각 증가한 것이다.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32조9000억원 증가한 1191조3000억원, 신용카드사와 렌탈업체 등의 판매신용 규모는 7000억원 증가한 65조9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규모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38조2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불어난 가계 빚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된다. 2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의 56.5%인 19조원이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이다.

기관별 대출잔액은 △일반은행 586조7000억원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266조6000억원 △보험사, 연기금 등 기타금융기관 338조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일반은행은 17조4000억원, 비은행예금기관은 10조4000억원, 기타금융기관은 5조1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일반은행 대출은 올해 1분기(5조6000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면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상호금융(5조5000억원)과 새마을금고(2조9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대출액이 급증했다.

이와 관련 이상용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정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신규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기존대출 만기연장도 어렵게 되자 대출상품을 비은행권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 고금리 신용대출도 늘어…저소득층 상환리스크 증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도 대폭 증가했다. 올해 2분기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시중은행이 전기대비 4조4000억원 증가한 166조6000억원, 제2금융권이 5조5000억원 증가한 15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2금융권 신용대출은 금리가 높아 가구소득이 줄어들면 상환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15.04%에 달한다. 신협(4.55%), 농협(3.83%), 새마을금고(3.85%) 등의 대출금리도 2%대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다만 이 수치는 평균 개념으로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차등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간 저소득층, 저신용자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상환능력 검증 강화 등을 통해 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기존 대출자 중에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악화를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는데 소비자 뿐만 아니라 대출심사를 제대로 안한 금융기관들도 일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며 “금리조정보다 신용관리를 강화해 부실 대출을 줄여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