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보증 비율 축소→대출금리 상승…실수요자만 '피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별관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향' 중 하나로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보증을 부분보증으로 바꾸면서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게 될 전망이다. 지금도 중도금 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은데 보증비율 축소로 중도금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빠르게 늘어나는 집단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증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10월부터 주금공, HUG 등 공적 보증기관의 중도금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보증을 받지 못하는 10%만큼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중도금 대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파트 입지나 예상 분양률 등 사업성을 더 철저히 따져보고 떼일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집단대출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분양이 잘 되지 않는 지방 아파트 등 입지가 좋지 않은 아파트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또 보증서가 해결하지 못하는 대출금 10%의 리스크에 대해 신용보강을 하게 된다. 집단대출의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는 차주에게 신용보강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은행은 시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해줬고 현재도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는 경우 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도금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 경우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보증을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우량 시공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만 중도금 대출이 나가는 것이다. 특정 시공사에 대출이 몰리는 것 또한 리스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시공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만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다만 시공사 재무 능력에 따라 중도금 대출 금리가 차별화될 것이란 전망에는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동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기관은 보증 여력을 키우고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은행은 줄어든 보증비율만큼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며 "신용을 보강해야 하는 시공사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 보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분양이 잘 되지 않아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지방 아파트, 신용보강을 제대로 해줄 수 없는 중소형 시공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 대해 0.1%포인트의 이자라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아파트를 팔면서 매도가격에 금리 상승으로 커진 이자 부담을 반영하면 되지만 실수요자는 늘어난 이자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시공사가 분양 받은 사람을 대신해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내주는 중도금 무이자의 경우도 결국 무이자 혜택이 분양가에 전가되기 때문에 차이는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제 강화로 현재 중도금 대출 금리는 100% 보증서를 받음에도 3%대로 주택담보대출 형식으로 나가는 2%대의 잔금 대출금리보다 높다"며 "보증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실수요자도 함께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