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스 악용한 '알루미늄깡' 대부업체 검찰에 무더기 적발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유산스(USANCE·기한부 수입신용장)제도'를 악용한 '알루미늄깡' 수법으로 불법 무역대부업을 벌여온 업자들과 대부브로커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기업형 무역금융 대출사기조직 4곳을 적발해 불법 대부업체 대표 2명과 범행에 가담한 세무공무원 1명 등 18명을 구속기소하고 알루미늄 깡 처리업자 1명과 세무사 명의를 빌려준 세무사 1명 등 2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업체 명의로 '유산스'를 개설해 알루미늄을 수입한 뒤, 업체에는 알루미늄 대금에서 수수료를 뗀 돈을 지급하는 '알루미늄 깡' 수법으로 불법 대부업을 벌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산스제도는 수입업자의 물품대금 지급시기를 늦춰주는 제도다.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이 외국의 수출업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면 수출업자는 국내 수입업자에게 물품을 보낸다. 국내 수입업자는 30일~90일의 여유를 두고 은행이 외국수출업자에게 지급한 대금을 갚을 수 있다.


그런데 불법 대부업체들은 이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모집한 업체에게 알루미늄 수입과 관련된 신용장을 개설하도록 했다. 신용장을 개설하기 위해 필요한 예금담보나 수출자의 매도의향서 등은 대부업체들이 지급했다.

대부업체들은 신용장을 이용해 알루미늄을 수입했고, 알루미늄 대금에서 10%의 수수료를 뗀 돈을 업체에 지급했다. 돈을 지급받은 업체 명의로 신용장이 개설됐기 때문에 알루미늄 대금을 은행에 갚아야 하는 것은 돈을 지급받은 업체가 된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업체 대부분이 이미 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체가 은행에 알루미늄 대금을 갚지 못하면 불법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줘 갚도록 도와준 다음 신용장을 다시 개설하도록 해 대여금을 회수했다.

검찰은 "대부업자는 신용장 개설마다 수수료 수익을 얻지만 돈을 빌린 업체는 수령하는 현금이 줄어들고 대출액이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환 불능이 확실히 예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부업체들은 유산스제도를 악용하기 전에는 유령기업의 매출을 부풀려 국세청으로부터 재무제표를 발급받은 다음 이를 이용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은 수십억~수백억원 상당의 연 매출을 가짜로 만들어 국세청에 신고하고 부가세, 법인세 등을 기한 후 납부하는 방법으로 국세청 발급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국세청 발급 재무제표를 믿은 은행은 유령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줬다.

이 과정에서 6급 세무공무원이 8100만원 상당의 뒷돈을 받고 부가세 부과 연기 등 편의를 제공해준 사실도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유산스제도가 불법 무역대부업체 때문에 '무역과 무관한' 업체들의 초단기 자금융통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무역경험이 없거나 비철금속과 무관한 회사가 알루미늄을 수입할 때 금융기관은 유령기업, 부실업체의 단기자금 융통 목적이 아닌지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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