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진전없는' 5천억원대 자구안 제출(상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한진해운 (12원 ▼26 -68.4%)이 25일 채권단에 이전에 낸 4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은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이르면 26일 회의를 열어 자구안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이 불가피하다.

한진해운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5000억원대 자구안을 냈지만 이 중 실행 가능한 건 사실상 대한항공 유상증자 4000억원 뿐이라 지난 6월에 낸 자구안에서 진전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일단 산은은 26일까지 회계법인을 통해 자구안을 검토한 뒤, 이르면 26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다음달 4일 만료되는 자율협약 연장건을 정식 부의하기 전 채권단에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현재 자율협약에 참여 중인 산은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 6곳은 설명회 후 다음주 중으로 자율협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규모가 최소 부족자금 '1조원'과 차이가 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족자금과 자구안 규모의 차이 만큼을 채권단이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지금까지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밝혀 온 원칙과 달라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고 거듭 밝혀 왔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신규자금 지원은 지금까지의 원칙과 다르고 현대상선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진해운은 2분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부족자금 규모가 다시 늘어났다. 자율협약을 시작한 지난 5월 추산된 부족자금은 1조~1조2000억원이었다. 이후 국내 금융기관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을 통해 부족자금을 약 2000억원 가량 줄였지만, 2분기 적자로 부족자금 규모가 다시 1조~1조2000억원 수준으로 되돌아 왔다.

한편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초 자율협약에 들어가 협약채권단으로부터 4개월 간 원금상환유예 등을 약속 받았다. 비슷한 무렵 용선료 인하 협상에 들어가 약 27% 수준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거의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선료 인하도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전제로 확정해 줄 수 있는만큼, 협약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