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다 빠진 '밋밋한' 가계부채 대책

　정부가 25일 또다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줄이고 집단대출 중도금 보증건수를 최대 2건으로 축소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마다 대책을 내놓는 흐름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상환능력 내 대출’이란 대원칙을 세운 뒤 ‘미세관리’에 중점을 둬왔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것이 좋은 예다. 우려가 되는 곳에 아주 작은 메스를 들이대는 식이었다.

　이날 발표한 대책도 비슷하다. 집단대출 급증에 간단한 시술로 응대했다. ‘1인당 보증건수 축소’(4건→2건)와 ‘중도금 보증비율 90%로 하향’ 수준에서 멈췄다. 집단대출을 시행할 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자료 확보도 의무화했다. 다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집단대출을 포함하는 문제는 “필요할 경우 단계적 도입 검토”라고 유보했다. 전세대출도 나눠 갚고 토지와 상가 등을 담보로 하는 비주택담보대출에는 LTV(담보인정비율)를 낮추는 대책도 내놨다. 금융권에선 나름 실효성 있는 방안이란 평가가 나왔다.



　종합대책을 마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올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증가액은 2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 32조7000억원보다 적다. 반면 주담대 중 집단대출 비중은 지난해 12.4%에서 올 상반기 49.2%로 급등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8조6000억원 증가한 비은행권 대출은 올 상반기엔 24조4000억원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책을 “정밀타격”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관계자는 “집단대출과 주담대 외에 기타 대출을 가볍게 건드린 정도”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진단과 대책의 간극이 확인된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요인으로 적시한 것은 저금리, 분양시장 활황이다. 일부 분양시장의 경우 “과열양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밋밋하다. 국토교통부의 규제방안을 봐도 택지공급 조절, 분양보증심사제도 개편 등이 전부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에 처음으로 ‘주택공급 관리’를 포함했다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이후 2년 동안 100만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진 상황에서 택지공급 조절 등은 ‘뒷북치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빚’과 ‘부동산시장’을 동시에 걱정하다 보니 품 안의 칼을 꺼내들지 못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규제’를 유보했고 국토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청약제도’를 건드리진 못했다. 이들 규제는 부동산시장의 ‘핵폭탄’으로 불린다. 정부로선 아직 빚 관리보다 부동산시장이 우선이다.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저금리를 꼽으면서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한 것도 한계다.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소득증대’와 관련해선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등 뜬구름 잡는 대책만 제시했다. 관계부처가 모여 만든 가계부채 대책이지만 결국 금융당국과 국토부 외에는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핵심은 건드리지 못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보다 33조6000억원(2.7%), 1년 전보다 125조7000억원(11.1%) 각각 증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