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리콘벨리 심천을 가다(下)

중국 동남부 광둥성에 있는 선전(深圳, 이하 심천)은 서울의 3배 정도 면적에 인구는 1천 400만명, 평균 연령대가 28세인 젊은 도시다. 등소평의 개혁, 개방 정책 전에는 인구 3만명의 작은 어촌이었지만, 현재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경제특구가 됐다.

또 심천은 창업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집적돼 있는 중국 최고의 제조업 창업 중심지다. 인구 1000명당 기업이 73.9개, 인구 8.5명당 1명이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의 천국이다.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화웨이와 BYD, DJI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모여 있다.


실제 중국 샤오미, 화웨이 등에서 일하던 30대 초중반의 엔지니어가 퇴사 후 창업에 도전하고 해외유학파 인재들이 중국으로 다시 돌아와 창업 문을 두드리는 등 심천의 창업분위기는 상당히 활성화됐다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와 하나투어가 기획한 '심천IT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천국'인 중국 심천의 발전상과 그들이 보유한 창업생태계를 살펴본다.

◆스타트업의 천국, 중국 심천으로 젊은 창업자가 몰린다.

심천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잉단 전경

첫번째 일정으로 방문한 잉단(Ingdan)은 창업활성화 분위기 무르익은 중국 심천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다. 잉단은 딱딱한 계란이라는 뜻으로 부화를 돕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설립됐으며, 직원 수는 700명 이상이다. 잉단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코코바이(Cogobuy)의 자회사인 Cogo그룹 소속으로 IOT 창업자를 위한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1만 3천여 개의 혁신적인 프로젝트와 1천만 명의 팔로워, 5천 개 이상의 공급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 IT대기업들과 IOT 오픈형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요 협력사로 샤오미, 바이두, 인텔 등 다양하다.
잉단 전시장에 들어서자 VR, 웨어러블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제품들이 잉단의 가장 큰 강점인 뛰어난 네트워크를 통해 상생발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잉단은 참신한 창업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개발, 유통, 투자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업 매칭이 주효하다.

또한 천만명의 팔로워를 이용한 수요조사와 제품 홍보까지 가능해 스타트업에게 힘을 실어주는 성지같은 곳이다.

중국 심천에는 '잉단' 같은 전문화된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창업지원기관이 무수히 많다. 민관 협력으로 조성된 인근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에는 민간 엑셀러레이터가 80곳에 달하며, 창업카페 싼더블유(3W) 까페 등이 자연스러운 창업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창업카페 싼더블유(3W) 까페

또 민간창업투자가 활발한 점도 스타트업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천 벤처·엔젤투자는 규모와 건수 면에서 북경, 상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왕이란 잉단(IngDan) 큐레이터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게 디자인과 부품 제조사 연결 등 시제품 제작의 전과정에 대한 지원과 마케팅, 유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공기청정기, 혈당측정기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있으며, 한 달에 3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잉단을 방문해 정보공유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용한 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심천은 글로벌 제조기업 800여 사의 제조공장이 있으며, 중소기업 및 제조 스타트업을 활용 가능한 공장형 기업도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이들의 협력 환경은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에게 유리한 창업생태계가 되고 있다.

하나투어 마이스팀 조영진 팀장은 "창업자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심천의 창업인프라가 뛰어나 많은 창업자가 몰리는 지역이다. 특히 모바일·IT분야 창업이 두드러진다"며 "무엇보다 협업 네트워크가 뛰어나 국내 창업자에게도 이런 기회가 공유되길 바라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IT분야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규모의 성인용품 도매업체인 코스모스는 실제 중국 심천의 제조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모스 강현길 대표 중국 심천 OEM공장 관계자들과 미팅

현재 심천과 동관시에 위치한 OEM 공장 4곳과 계약을 맺고 코스모스가 개발한 '시에라 샤통, 코스리나, 킨제이' 브랜드의 콘돔, 마사지젤 등 다양한 성인용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강현길 코스모스 대표는 "심천과 동관에 위치한 제조공장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단가도 국내에 비해 저렴하다. 특히 제품 생산의 전문화, 협업화 시스템이 우수하다"면서 "중국 OEM 제품은 내수용이 아닌 해외수출용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제작한 제품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코스모스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매달 3억 원(소비자가액)의 중국 수출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페로몬 향수로 유명한 시에라 샤통 전 제품과 국내 자체기술력으로 제조한 '코스리나, 킨제이' 브랜드의 콘돔 등 다양한 성인용품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쥐메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급하고 있다.

◆어느새 전기차 1위 BYD, 그리고 IoT의 급부상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비야디(BYD)는 배터리 제조 기업으로 세계 2위까지 올라선 뒤 배터리 분야 노하우를 접목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회사다. 워렛버핏이 이 기업에 가치투자한 걸로도 유명하다.

투어를 하면 심천 도로 곳곳에서 BYD 전기자동차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심천의 아파트마다 전기차 충전소가 있을 정도로 이미 중국은 전기차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 중인 심천 BYD 매장

중국의 전기차 발전배경은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희토류의 세계최대 보유국이자 수출국(세계 수출량 95%가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BYD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구매시 차량 번호판을 무상 제공하는 등의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야디는 승용차 뿐만 아니라 택시, 버스 및 관공서용 특장차까지 독점 생산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IT분야에서 삼성과 모토로라, 레노버, HTC, LG 등 기업에 ODM 공급을 하고 있으며, 친환경 뉴에너지 분야에서 거인이 되고 있다.

지난 18~20일 중국 선전 컨벤션 센터에서 아시아 최대규모의 '2016 신천 IoT 전시회'가 열렸다. 중국은 전 세계 IoT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사물인터넷 분야의 발전에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중국 IT대기업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많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기량과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IT업계 관계자, (예비)창업자, IT전문가들에게 창업의 메카, IT를 선도하는 중국 심천의 발전상을 소개하고 의미를 가지기 위해 기획했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권현수 부장과 하나투어 조영진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