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글로벌 전문가들 "기술이 아니라 낚싯바늘이 필요해"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VR·AR 인사이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션 니콜스 블리파 일본 지사장 겸 마케팅 디렉터.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문제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이 아닙니다. 훅(Hook, 바늘)이 필요합니다."

26일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열리는 'VR·AR 인사이트', 이 행사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션 니콜스 블리파(Blippar, AR 마케팅회사) 일본 지사장 겸 마케팅 디렉터가 말했다. 이 자리에는 30년 전 NASA와 함께 VR 기술을 만들어 낸 스콧 피셔 사우스 캘리포니아대학 인터랙티브 미디어 학과장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VR·AR 기술의 글로벌 산업 동향과 전망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관련 국내 산업종사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VR·AR·홀로그램 등 몰입·실감형 콘텐츠를 다루는 '디지털융합과정' 신규 개설을 앞두고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VR·AR 인사이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콧 피셔. 그는 1985년 NASA와 함께 VR 개발을 시작한 VR 전문가다.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스콧 피셔 학과장은 "1985년 NASA가 VR을 개발한 이유는 우주선 안에서 바깥의 고장 상태 및 수리 현황을 지켜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며 "30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VR·AR의 양대 전문가는 현재 VR 기술은 최종 목적지에 거의 도달했으며, AR 기술은 10~20년 내에 일상적으로 쓰일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두 기술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 융합된 방식(Mixed Reality)으로 상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렌즈를 착용하고 일상에서 AR 기술을 이용하다가,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처럼 특별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때 그대로 VR 기술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션 니콜스 디렉터는 "다음 세대에는 스마트폰 아닌 안경, 콘택트렌즈 등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디지털을 현재에 중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전 세계의 디지털 이용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듯, VR·AR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가 보편화되면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미래라는 설명이다.

다만 '콘텐츠'가 문제다. 아직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 스콧 피셔 학과장은 "영화 100년사의 스토리 같은 역사를 VR에서 구현해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VR 스튜디오들이 콘텐츠 개발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전에는 위험해서 갈 수 없었던 공간을 VR로 체험하고,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가상 공간을 공유하는 등 신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