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국인의 박스권 플레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두 달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변심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가 집중되며 코스피는 사흘 연속 하락 마감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42포인트(0.27%) 내린 2037.50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1291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동반 상승했던 코스피는 삼성전자 조정에 동반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만7000원(1.65%) 내린 16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은 자사주 매입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낙폭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밤 예정된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설에 대한 경계심리에 외국인은 3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인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가격 및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른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 중이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는 결국 삼성전자 매도=외국인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꾸준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왔고 특히 미국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과 맞물린 신흥시장에 대한 베팅으로 비차익거래를 통한 순매수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 사흘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4892억원에 달했다. 특히 비차익거래가 순매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2050선을 맴돌며 박스권(1850~2050) 상단을 맴도는 상황에서 나타난 외국인 순매도가 반가운 징조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투자전략2팀장은 "외국인 비차익 순매도는 박스권 상단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코스피 200 공매도 비율도 소폭 상승하고 있는데 추세 여부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 3거래일간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순매도(4430억원)와 맞먹었다. 때문에 최근 외국인 순매도를 코스피 시장 전체에 대한 순매도로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잭슨홀 미팅 경계감? 인버스 ETF 거래 폭발=현지시간으로 26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옐런 연준의장이 2년 만에 연설에 나서기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브렉시트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최근 경제지표가 안정되며 연내 금리인상이 재부각되고 있어 옐런의 연설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9월이나 12월에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한국증시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인상 신호가 나온다면 최근 박스권 상단을 맴돌고 있는 코스피에는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선물에 반영된 금리인상 가능성은 9월이 28%, 12월이 53.9%로 상승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면 외인 매수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순매수는 이미 이탈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 하락과 반대로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 KODEX 인버스 (4,365원 ▲90 +2.11%) ETF는 이날 코스피 거래량 2위를 차지했다. 박스권 상단에서 하락장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